30일(한국시간) 오전 4시 45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스널과 첼시의 ‘2013~2014 캐피탈원컵’ 4라운드 경기에서 아스널이 0대 2로 패했다.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와 후안 마타의 연속 득점 2대 0 승리를 거둔 첼시는 대회 8강에 진출했고 아스널은 탈락했다.
리그 경기나 FA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등에 비해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대회였지만 박주영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올 시즌 아스널이 한 경기라도 더 치러야 하는 게 바로 박주영이 위건 임대 제의를 뿌리친 노림수였기 때문이다.
올 시즌 아스널은 매우 잘 나가고 있다. 메수트 외질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됐고 지난 시즌 초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던 올리비에 지루가 이번 시즌엔 확실한 원톱으로 살아났다. 현재 EPL 1위를 질주 중인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잘 나라고 있다. 최근 도르트문트에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며 조 2위가 됐지만 도르트문트와 승점은 6점으로 같고 골득실에서만 한 골 뒤졌을 뿐이다. 큰 어려움 없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중계 화면 캡쳐
잘 나가는 아스널의 아킬레스건은 공격 자원 부족이다. 루카스 포돌스키, 시오 월콧,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야야 사고노 등이 모두 연쇄 부상을 당했다. 현재 아스널의 공격진은 원톱 공격수 지루와 공격형 미드필더 외질 정도가 공격진의 전부다. 이 두 선수가 올시즌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이 두 선수만으로 모든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이번 컵 대회에선 박주영과 함께 퇴출 대상으로 분류됐던 니콜라스 벤트너가 선발 출장했으며 박주영 역시 두 골 뒤진 상황에서 득점을 올려줄 비장의 카드로 후반 36분 교체 투입됐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경기에선 패하고 말았다.
이번 패배로 아스널은 더 이상 컵 대회엔 출전하지 않는다. 그만큼 아스널의 이번 시즌 경기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아스널이 한 경기라도 더 치러야 공격진 부재의 틈을 뚫고 경기 출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박주영 입장에선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오히려 공격진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입장에선 중요도가 떨어지는 컵 대회에서 조기 탈락한 것이 조금이나마 공격진 운영에 숨통을 틔워 줬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박주영에겐 몇 차례 더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뒤 1군 훈련에 동참해 좋은 모습을 보인 박주영은 드디어 출전 기회를 잡았으며 이번 경기에서도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주전 지루와 외질은 두고 우선 경쟁 대상은 비슷한 처지의 벤트너다. 공격진 부재로 출전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벤트너를 넘어서는 데 성공한다면 박주영의 위건 임대 제의 거절 노림수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일 수 있다. 부상당한 공격진이 돌아오기 전, 그리고 겨울 임대 시장이 시작되기 전까지 박주영의 활약 여부가 아스널에서의 입지는 물론 내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선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