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는 지독한 독설을 쏟아내 ‘악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지만 요리 프로그램의 맹점은 시청자들이 직접 맛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러기에 고든 램지의 독설은 괜한 트집이나 주관적 취향보다는 일종의 카리스마로 받아들여졌고 그의 셰프적 권위는 점점 더해졌다. 그런데 ‘악마’라는 그의 별명 때문일까? 아니면 혹시 그의 독설에 상처를 받은 결과일까? 이상하게도 고든 램지의 TV 쇼에 등장했던 출연자들은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소식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레이첼 브라운이었다. 2005년 <헬스 키친> 미국편의 시즌 2 출연자 중 한 명이었던 당시 39세였던 레이첼 브라운은 레스토랑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 요리사였고, 총 10라운드 중 5라운드까지 진출했다. 당시 자신의 성적에 대해 만족함을 표시했던 그녀는 이후 댈러스의 집으로 돌아가 계속 요리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2007년 5월, 41세의 레이첼은 권총으로 자살했다. <헬스 키친>의 팬들은 물론, 봉사 단체에서 레이첼에게 요리를 배우던 아이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고든 램지가 진행한 TV쇼에 출연한 뒤 자살한 레이첼 브라운, 조셉 세르니글리아, 조슈아 마크스(왼쪽부터).
문제는 방송 당시 램지가 퍼부은 말이었다. 세르니글리아의 레스토랑을 둘러보고 음식 맛을 본 그는 “당신이 할 일은 망할 놈의 허드슨강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심한 말을 했던 것. 이 따위 음식을 사람들에게 팔 생각이면 차라리 나가 죽으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는 진짜로 허드슨강에 투신자살했고 대중은 고든 램지의 독설이 그를 죽인 건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레이첼의 죽음 땐 침묵했던 램지는 공식 성명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와 시즌 1에서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겐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는 뛰어난 셰프였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는 형식적인 멘트를 했다.
<헬스 키친>
의문의 죽음도 있었다. 2012년 8월 <헬스 키친> 시즌 2에서 3등을 차지했던 키스 그린이 롱아일랜드 부근의 휴양지인 햄튼스의 해변에서 익사한 것. 그는 오전 11시에 여행객들에 의해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경찰에 의하면 오전 9시 정도에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조심하라는 경고를 했다고 한다. 이때 그는 “잠깐만 수영을 더 하고 곧 나갈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결국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2013년 10월 12일, <마스터 셰프> 시즌 3(2012년) 파이널까지 올랐던 조슈아 마크스가 권총 자살을 했다. 2미터가 훌쩍 넘는 키에 온화한 성격으로 ‘젠틀 자이언트’(gentle giant)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사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올해 7월엔 경찰을 공격하다가 체포되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영혼이 고든 램지에게 사로잡혀 있으며 램지가 자신을 신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울증을 앓고 있었던 마크스의 죽음에 램지는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마크스에 대한 비극적인 뉴스를 방금 들었다. 슬픈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는 멘션을 남겼다.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벌써 네 명의 희생자를 낸 램지의 쇼. 더 이상의 비극은 없길 바란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