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항상 변화가 필요한 팀입니다. LG뿐만 아니라 프로라면 항상 변화를 주저해선 안 됩니다.”
김기태 LG 감독이 코칭스태프 개편의 깃발을 들었다. 야구계에서는 늘 변화를 추구하는 김 감독이 이번에도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시즌이 끝나고 김 감독은 새로운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코칭스태프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 한 관계자는 “김 감독이 새 시즌 준비차원에서 코칭스태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며 “구단에 이미 본인의 구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야구계에 알려진 LG 코칭스태프 변화는 전면 개각 수준이다. 먼저 김무관 1군 타격코치가 2군 감독으로 영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코치는 김 감독이 LG 사령탑에 오른 2011년 10월 김 감독의 요청으로 롯데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바 있다. 이후 LG 공격력 강화에 크게 일조해 올 시즌 LG 팀 타격을 리그 3위로까지 끌어올렸다.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 등 가능성은 풍부하지만, 1군 무대에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젊은 타자들이 1군 주축타자로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올 시즌 LG 팀 평균자책을 1위로 이끈 차명석 투수코치는 3군 투수코치로 보직 변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투수진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차 코치의 3군행에 야구계는 “뜻밖의 결정”이라며 크게 놀라는 눈치다. 김인호 외야 수비코치는 2군 수석코치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관 타격코치가 2군 감독으로 가며 기존 2군 사령탑이던 노찬엽 감독은 1군행이 점쳐졌다. 노 감독은 올 시즌 2군에서 팀을 지휘하며 많은 유망주를 키워냈다. 1군 코칭스태프와의 호흡도 좋아 야구계에선 “오랜만에 LG 1, 2군의 손발이 제대로 맞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감독은 1군행이 아닌 퇴단으로 결정난 것으로 보인다. LG 관계자는 “노 감독에게 1군에서 타자들을 지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본인이 정중하게 고사했다”며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항간엔 노 감독이 1군 타격 보조 코치 제안을 받고, 퇴단을 결심했다는 소리도 있다.
차명석 코치.
LG의 코칭스태프 개편 소식을 접한 야구계는 “LG가 김기태 감독 친정체제로 개편하는 게 아니냐”며 “유지현 수비코치를 제외하고 각 부문 코치가 ‘비 LG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번 코칭스태프 개편은 김 감독의 ‘친정체제 강화’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군에 ‘비 LG 출신’ 코치가 많아지는 것도 그리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게 LG의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원래 유능한 코치는 ‘완성된 1군’보단 ‘덜 완성된 2군’에 더 필요하다”며 “김무관 코치의 2군 감독 취임과 김인호 코치의 2군행 역시 2군 강화 차원으로 보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코치는 건강상의 이유로 3군행이 결정된 경우다.
올 시즌 중반 차 코치는 신장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는 차 코치에게 “무리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다시 신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충분한 휴식을 권했다. 하지만, 차 코치는 “팀이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데 1군 투수코치란 사람이 휴식만 취할 수 있느냐”며 한 달도 안 돼 팀에 복귀했고, 포스트 시즌까지 강행군을 소화했다.
주치의는 시즌이 끝나자 “더는 몸을 혹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고, 결국 차 코치는 1년 정도 야구계를 떠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최측근인 차 코치의 퇴단은 LG엔 큰 타격으로 돌아올 게 분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감독은 차 코치에게 “3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몸을 만들라”고 배려했고, 차 코치는 김 감독의 요청에 따라 팀 잔류를 결정했다.
차 코치는 “김 감독을 잘 모셔서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도록 노력하는 게 내 유일한 꿈”이라며 “3군에서 건강이 좋아지면 언제든 김 감독 곁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과거 LG라면 1, 2군 코칭스태프 개편 시 프런트 입김이 작용했을 일이다. 그러나 전진우 사장, 백순길 단장은 “코치와 선수 기용은 현장의 몫”이라며 일체 간섭하는 법이 없다. 그런 이유로 LG는 현장과 프런트의 유기적 협조 관계가 무척 탄탄한 팀으로 꼽히고 있다.
LG의 코칭스태프 개편이 어떤 결과로 작용할진 두고 볼 일이다. 중요한 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김 감독의 야구가 어떤 의미에서든 유의미한 결과를 거둘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LG는 마무리 캠프가 끝나는 대로 코칭스태프 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강민 스포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