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20분 정도 앞서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앞에 도착한 현 회장은 조사실에 입장하기 앞서 “동양그룹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며 “피해 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 회장을 소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현 회장이 동양그룹이 계열사 회사채나 CP를 발행하면서 채무 변제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CP 발행을 계획한 건 아닌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현 회장이 경제 여건이 악화되자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를 통해 CP와 회사채를 대량 발행하도록 지시·계획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계열사의 주식 가치가 하락하자 자금 투입이 필요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CP 및 회사채 발행 등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이 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재산을 투입하는 대신 CP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아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허위사실을 근거로 CP를 판매하도록 독려한 사실이 있는지, 불완전 판매 실태를 알았거나 지시했는지 등도 조사했다.
현 회장은 이날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은 지난 7∼9월 1천568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고 동양증권을 통해 위탁 판매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동양과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 등 그룹 계열사 5곳이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했다.
동양증권 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상환 의사와 능력이 없는데도 1000억 원대 사채를 발행해 피해를 양산했다”며 현 회장을 고소·고발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현 회장과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허위사실로 CP 판매를 독려한 정황을 포착, 검찰에 관련 정보를 넘겼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자금사정이 어려운 계열사들에 거액을 불법 대출해주며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 9일 정 전 사장과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등 핵심 임원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