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사정팀이 모여있는 세종로 정부청 사 별관 6층 복도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취재 결과 이미 특감반은 조직구성 진행작업에 들어갔으며, 구체적인 업무범위와 사정대상 및 기관 등이 정해지는 대로 본격적인 감찰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옷로비 사건으로 2000년 10월 해체됐던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다시 부활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특감반과 사직동팀은 엄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특감반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속이라는 점으로 인해 새로운 사정기관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특감반의 활동영역은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 공직자, 비서실 직원 등에 대한 감찰 업무에 국한돼있다. 정치인과 기업인, 일반 국민 등은 특감반의 감찰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특감반은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옛 사직동팀과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전경. | ||
그렇다면 특감반, 일명 ‘광화문팀’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난 82년부터 청와대 하명 사건을 담당하며 정계와 재계, 관계 인사들에겐 ‘저승사자’와도 같았던 사직동팀. 과거 정권에서 청부 표적수사와 가혹행위, 불법 계좌추적 등으로 오점을 남겼던 사직동팀은 99년 옷로비 사건이 터진 이후 공식 해체됐다.
하지만 이후 사직동팀은 ‘별관팀’(일명 삼청동팀)으로 이름이 바뀌어 베일 속에 가려진 채 은밀히 운영되다가 최규선 게이트 등이 터진 뒤 흐지부지됐다(<일요신문> 477호 단독보도 ‘청와대 특별사정반, 삼청동팀이 뜬다’ 참조).
‘특감반’은 이들 조직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청와대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 셈. 이 조직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사정비서관 산하에 설치됐다.
청와대에서 확인한 특감반의 업무 범위와 감찰 대상은 ‘청와대 비서실 직제’ 6조에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감찰반의 업무범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 관계자, 비서실 직원에 대한 비리첩보 수집과 사실 관계 확인조사 등 감찰 업무에 국한된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치인과 기업인, 일반 국민은 감찰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는다”며 “입수된 비리 첩보에 대한 조사 역시 계좌추적, 소환조사 등 강제조사가 어려운 만큼 수사 전 단계까지의 임의조사로 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수사가 필요할 경우에는 검찰이나 경찰 등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사직동팀이 자체 수사권을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
특감반은 또 반장을 포함해 12명 정도로 구성될 방침이다. 과거 사직동팀의 경우 40명으로 구성됐던 것과는 규모면에서 축소됐다.
▲ 왼쪽부터 문재인 민정수석, 양인석 사정비서관, 윤대진 감찰반장. | ||
이처럼 직급도 과거 경찰 총경급(4급)에서 한 단계 낮췄다. 그만큼 특감반에 사직동팀과 같은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
이들의 월급은 팀원이 속해 있는 검찰, 경찰 등 해당기관에서 받으며, 별도의 활동비만 청와대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은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가 사용했던 서울 광화문의 정부중앙청사 별관 6층에서 사무실을 마련했다. 별관 6층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산하 민정1, 민정2, 공직기강, 법무, 사정비서관실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특감반을 ‘광화문팀’이라 부르고 있다. 과거 ‘사직동팀’에 빗댄 별칭인 셈이다.
청와대는 애초 좀더 여유를 두고서 특감반을 구성하려 했다는 후문.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제2의 사직동팀이 부활한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구성 시기를 앞당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청와대 사정팀이 이달(3월)말 출범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양인석 사정비서관(45)은 “민정수석실 산하에 만들어지는 사정팀의 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것도 확정된 바 없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불과 6일이 경과한 지난 19일 특감반 설치에 대해 공식 발표했던 것.
이보다 앞서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 해프닝’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별도의 친인척 관리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 측근과 관련된 비리 첩보가 쏟아지면서 특감반 설치의 필요성이 높아진 대목이었다. 문재인 수석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많은 비리 첩보가 수집됐다”며 “산하단체 임원과 대통령 측근 범주에 속한 사람에 대한 비리첩보와 소문 등이 수집돼 확인중에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공직기강비서관실 직무감찰 결과와 총리실 감찰팀 등에서 수집한 첩보 등도 넘겨받아 조사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성역 없는 사정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특감반 운영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특감반이 “첩보비리 조사만 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조사로만 그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조사와 수사의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특감반이 친인척 등의 비리 근절에 나서겠다는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과 부패방지위원회 등의 고유 기능과 중첩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천명한 것처럼 고위공직자와 친인척 등의 비리 조사에만 업무를 한정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은 특감반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 “사직동팀 부활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특감반이 정치인 사정기구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