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의원들이나 지구당위원장 개인이 지난 대선 때 자금을 지원 받은 뒤 이를 모두 쓰지 않고 내년 총선용으로 ‘비축’해놓았을 가능성이다. 지난 대선 때 당 선대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앙당에서 지구당으로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둬 ‘실탄’을 지급했다(권오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지구당별로 1억2천만원씩 지급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몇몇 지구당에서는 그 돈을 모두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돈 일부를 개인이 착복했을 수도, 아니면 내년 총선을 대비해 남겨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당직자는 “쓰라고 내려보낸 돈을 지구당이 쓰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그런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검찰이 자금의 용처까지 수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용처 수사는 야당에 대한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한나라당 핵심 의원들이 ‘고유 채널’로 거둬들인 뭉칫돈을 대선 전후 당에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을 ‘경우의 수’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A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때 자신의 영역 안에서 상당한 자금을 기업체나 개인으로부터 지원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약 30억원을 A의원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또한 검찰이 5대 기업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한나라당 핵심인사에게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이 전달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소문도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중진 의원 3~4명이 최돈웅 의원의 경우처럼 비자금을 전달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검찰도 이미 이 부분에 대한 내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개별 정치인들의 ‘착복’ 여부에까지 수사범위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검찰이 개별 정치인의 ‘착복’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자연히 배달사고에까지 칼날이 미칠 전망이다. 최근 이회창 전 총재의 한 측근은 “(대선자금) 규모 파악이 쉽지 않다. 심지어 중간에 배달사고 났다는 얘기도 나오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최병렬 대표도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제공한 자금과 당에 유입된 자금의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전 총재와 최 대표가 현재 당 대선자금 규모를 밝히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과정에서 배달사고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김영일 의원의 ‘LG 1백50억원 중에서 50억원만 당으로 유입됐다’는 발언 이후 배달사고에 대한 의구심이 꼬리를 물고 있다. 비록 이재오 위원장이 “언론 보도가 와전된 것”이라고 보호막을 치고 있지만 배달사고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