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42개팀 총 160명 의원(중복 포함)이 해외시찰을 떠났다. 의원 2명 중 1명은 해외를 나갔다 온 셈이다. 이종현 기자
국회의원이 세금으로 해외를 나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회사무처 국제국 예산을 지원받아 나가는 경우다. 주로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각 나라별 의원친선협회 방문 자격을 갖춰 의전이나 통역이 필요할 경우 지원한다. 이 외에도 국제국은 2년에 1번꼴로 각 상임위별로 해외시찰을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꼭 국제국 지원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이미 각 상임위원회에는 해외시찰을 위한 별도 예산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각 상임위 안에서 결정하므로 국회사무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바깥으로 소문날 가능성도 적다.
국회 휴지기인 1월과 5월은 여야 할 것 없이 해외시찰이 많은 달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42개팀, 총 160명 의원(중복 포함)이 해외시찰을 떠났다. 2명 중 1명은 해외를 나갔다 온 셈이다. 이 가운데 13개팀은 국제국을 통하지 않고 상임위 예산으로 나갔다.
이들이 6개월간 쓴 예산은 총 16억 원, 해외시찰 1번에 평균 4000만 원이 소요됐다. 한 번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해외시찰단은 지난 7월 ‘제10차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 참석을 위해 폴란드로 떠난 황우여·남경필·유일호·홍일표 새누리당 의원과 김춘진 민주당 의원으로 5박 6일간 8863만 원을 썼다.
방문 국가도 가지각색이다. 단연 눈에 띄는 곳은 남태평양에 위치한 ‘환상의 섬’ 피지다. 지난 5월 원유철 함진규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호주 대아시아 정책백서에의 한국어 재포함 추진 방문단’을 꾸려 7박 8일간 호주와 피지를 다녀왔다. 국회사무처에 공개된 사후보고서를 보면 호주 일정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피지는 기념사진 1장과 함께 “피지 난디 한글학교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교장을 비롯한 한글학교 인원들을 격려하였다”고 짧게 서술돼 있다.
‘나홀로’ 해외시찰에 나선 경우도 눈에 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중동지역 외교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중동 3개국을,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학교폭력 예방관리 프로그램 사례 조사와 정신건강 증진 정책 적용 현장 시찰’을 목적으로 유럽 3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두 의원의 해외시찰 모두 국회사무처나 상임위 홈페이지에 결과보고서가 공개돼 있지 않다.
안덕수 새누리당 의원은 ‘세계의 선도적 해양금융기관을 방문해 선진적인 해양금융기법과 시스템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에서 해양금융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방안 모색’하기 위해 1500만 원을 들여 독일과 러시아를 방문했다. 하지만 출장 이후 안 의원은 관련 법안은커녕 1건의 대표발의조차 없는 상태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입법정책팀 관계자는 “국회의원 해외시찰은 사실 그 목적이 불분명하고 상임위별로 절차나 방법이 모두 달라 시민단체가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효율적인 외교활동을 위해서라도 국제국을 통해 엄격히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