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텍사스의 제시액은 추신수와 보라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기에는 다소 부족한 금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니엘스 단장이 추신수에게 오퍼를 넣은 현지 시간 3일은 양키스와 엘스버리가 1억 53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뉴욕 양키스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양키스는 다음날 다른 FA 외야수인 카를로스 벨트란과 3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윈터미팅을 앞둔 주말. 추신수와 보라스에게 7일과 8일 각각 시애틀과 애리조나로부터 영입 제안이 들어왔다. 애리조나는 당초 거론된 적이 없는 의외의 팀이었다. 윈터미팅 첫날,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암시한 애리조나 타워스 단장의 말을 빌려 추신수 영입에 있어 상당히 유력한 팀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마크 트럼보가 연계된 3각 트레이드가 성사되며 사실상 후보군에서 제외된 바 있다.
마지막까지 진통도 있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윈터미팅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 계약 발표 엿새 전인 한국시간 16일. 텍사스는 추신수와 보라스에게 결국 7년 계약을 제시했다. 기간에서는 합의점을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 닷새가 흘러 한국 시간 21일 오후. 오랜 줄다리기 끝에 텍사스는 7년간 1억 3000만 달러의 수정된 제안을 넣었고, 보라스와 추신수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추신수의 텍사스행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텍사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공격력의 팀이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팀 타율과 득점에서 각각 3위와 1위를 기록한 타선의 힘이 올 시즌에 타율 7위, 득점은 8위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텍사스는 올 시즌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를 위한 타이브레이크 게임에서 템파베이에 패하며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에 텍사스는 타선의 화력을 높이는 데 오프시즌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지난 달 텍사스는 이안 킨슬러를 디트로이트로 보내고 프린스 필더를 영입하며 장타력을 보강했다. 이후 텍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그간 약물의 힘을 빌린 것으로 확인된 넬슨 크루즈와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데이비드 머피의 공백을 메워 줄 코너 외야수 자리였다. 또한 텍사스의 론 워싱턴 감독은 “내년 시즌 1번 타자는 베테랑 선수가 맡아줬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상황이었다. 올 시즌 신시내티에서 1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낸 추신수는 텍사스에 꼭 어울리는 옷이었던 것이다.
추신수에게도 텍사스는 최적의 팀이었다. 지난 9월 신시내티에서 만난 추신수는 차기 행선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할 사항 3가지로 ‘팀의 전력,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며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곳, 그리고 한국과의 직항 항공편이 있는 도시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텍사스는 필더와 추신수의 영입으로 전력에 내실을 기하며 내년 시즌 월드시리즈 대권에 도전할 전력을 갖추게 됐으며, 레인저스볼파크가 위치한 텍사스 주 댈러스는 미국에서도 손꼽힐 만한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된 곳이다. 또한 댈러스는 한국과의 직항 항공편도 마련돼 있는 곳이다.
김중겸 메이저리그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