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몇몇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졌지만 A 씨를 연예인이라 분류하기가 애매해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별명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딱히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 터라 유명한 일반인 쪽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방송을 통해 잠시 유명세를 얻은 유명 일반인들이 유흥업계에서 일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이들은 유흥업계에서 준 연예인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논현동 소재의 한 룸살롱 마담의 설명이다.
“일반인이 자주 출연하는 몇몇 케이블 방송이 있다. 거기 출연했던 애들 가운데 이쪽으로 흘러와 일하는 애들이 종종 있다. 누구라고 하면 다 알 만큼 유명해진 애들이야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는 등 다른 일을 생각하겠지만 그 정도까지 유명하지는 않은 애들은 이쪽으로 온다. 손님들한테 ‘어느 프로그램에 뭘로 나왔던 애’라고 소개하면 나름 알아보고 기억하는 손님이 있는 정도라고나 할까.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도 그런 타이틀을 하나 달고 있으면 이쪽에선 일하기가 많이 수월하다. 그래서 평범한 애들보다 돈을 많이 받는 편이다. 특히 그런 애들은 비싸게 불러도 2차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아예 유흥업계에서 일하다 방송에 출연해서 유명해진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지면 자연스럽게 이쪽 바닥을 떠나 연예인이 되려 하지만 뜻대로 안되면 다시 돌아온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록 데뷔의 꿈은 멀어졌지만 대신 유명세를 얻어 유흥업계에서 상당히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나름대로 방송 출연 효과를 보는 셈이다. 역삼동 소재의 텐프로 업소 사장의 설명이다.
“방송을 보다 깜짝 놀란 경우가 몇 번 있다. 그러고 보면 이쪽 애들(유흥업소 접대여성) 가운데 정말 특이한 애들이 많아서 그런 방송이랑 콘셉트가 잘 맞는지도 모른다. 과거 함께 일했던 애가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때론 ‘그래 쟤는 정말 저래’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때론 너무 과장되고 허황된 설정을 보며 ‘저건 말도 안 돼’라고 느낀 적도 있다. 그렇게 방송에 나온 뒤 그쪽으로 잘 풀리면 좋겠지만 결국 이쪽으로 돌아오는 애들이 많다.”
일반인이 방송에 한두 번 출연한다고 해서 누구나 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방송관계자들은 당사자의 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작진이 녹화 현장에서 화제가 될 것이라 여긴 이는 별다른 관심을 못 받고, 반면 통편집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이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중간층이다. 방송 직후에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으며 매스컴에 많이 소개됐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몇 달 뒤 잊힌 이들이 바로 그 중간층이다. 심지어 당시의 유명세로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까지 체결했는데 더 이상 뜨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이들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소 연예기획사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엿보이는 애들을 데려와 키워낸다. 요즘은 그런 친구들이 출연할 만한 프로그램이 케이블과 종편, 그리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방송 등에 많다.”
문제는 끼와 재능, 그리고 외모 등에서 연예인이 될 만한 무언가를 갖추고 있느냐다. 잠시의 유명세만 가지고는 지속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뜨지 못한 채 오랜 무명 생활을 하고 있는 여느 여자 연예인들과 비슷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스폰 등 불법 성매매의 그림자가 이들에게 짙게 드리운다. 연예관계자의 계속된 설명이다.
“아무래도 그쪽(불법 성매매 시장)에선 잠시의 유명세나마 유용하게 쓰였을 겁니다.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왔던 친구라고 소개하는 것보단 방송 당시의 별칭으로 소개하는 게 훨씬 좋으니까요. 그쪽에선 그런 유명세가 곧 돈이거든요. 이번에 문제가 된 애들도 다 이런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