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텐더 때문에 임창용과 시카고 컵스가 결별한다? 그건 다소 무리한 예상일 것 같다.”
지난 12월 3일. 미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는 “투수 임창용, 다니엘 바드, 내야수 맷 가멜 등을 논텐더(Non-tender)로 풀었다”고 발표했다. 논텐더는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갖춘 3~5년차 선수에 대해 구단이 다음 시즌 재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라, 한국 언론은 임창용이 사실상 컵스로부터 방출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작 컵스 내부 소식통의 견해는 달랐다. 그는 “임창용이 논텐더가 됐다고 이게 반드시 컵스와의 결별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며 “조만간 양측이 세간의 논란을 종식하는 모종의 발표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시 임창용을 잘 아는 이들도 하나같이 “컵스의 발표는 ‘짜고 치는 고스톱’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임창용의 지인은 “2013년 9월 임창용이 메이저리그로 승격했을 때 이미 임창용과 컵스가 2014시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안다”며 “컵스가 임창용을 논텐더로 발표한 건 구단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려고 잠시 임창용을 40인 로스터 명단에서 뺀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논텐더는 방출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소속구단과의 결별을 뜻하는 건 아니다. 40인 로스터가 정리된 뒤 다시 팀에 들어오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다 만약 임창용이 이미 2014시즌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가 다시 컵스로 돌아오는 건 시간 문제다. 컵스 내부 관계자가 언급한 ‘모종의 발표’ 역시 임창용이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최근 임창용의 거취를 둘러싼 새로운 소문이 돌고 있다. 바로 임창용이 한국 프로야구로 복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진=홍순국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
# 임창용, 한국야구 복귀?
12월 중순부터 야구계엔 ‘임창용이 2014시즌 삼성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소문이 퍼졌다. 개연성은 있었다. 삼성은 특급 소방수 오승환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보내며 당장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게 됐다. 물론 안지만, 권오준, 심창민 등 뛰어난 셋업맨들이 대체 마무리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세 선수 모두 풀타임 마무리 경험이 전무하다는 게 치명적 약점이다. 이 때문인지 야구계엔 “삼성이 오승환의 대역으로 임창용을 고려 중”이라는 풍문과 함께 “삼성이 임창용에게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한 술 더 떠 최근엔 “임창용이 미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국내로 복귀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만약 임창용이 국내로 복귀한다면 현실적으로 그가 갈 수 있는 팀은 삼성밖엔 없다. 2007시즌을 끝내고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할 때 임의탈퇴 신분으로 삼성을 떠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창용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그는 반드시 삼성에 복귀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 임창용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야구인은 “임창용이 컵스의 각종 약속 위반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2014년이면 39세인 만큼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와 후배들과 함께 야구생활의 끝을 장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야구인은 삼성 복귀와 관련해서도 “이전만 해도 임창용은 ‘삼성’ 이야기만 나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구단 수뇌부와 감독이 2007년과 비교해 모두 다른 사람들로 바뀌었고, 사석에서 ‘류중일 감독님 같은 분과 함께 야구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물론 임창용은 대외적으론 2014시즌 목표를 “메이저리그 풀타임 도전”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더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임창용이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접는다면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사진=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윤석민의 빅리그 진출 성공 가능성
2013시즌 종료 후, 완전한 FA 자격을 취득한 윤석민은 일찌감치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미국 LA로 떠나 자신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관리를 받으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다. 그러나 윤석민이 12월 말 아무 소득 없이 귀국하자 야구계는 “사실상 메이저리그 진출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며 윤석민의 국내 구단 입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측은 “여전히 윤석민을 원하는 구단이 있고, 윤석민의 빅리그 진출 의지도 변함없다”며 “윤석민이 한국 구단에 입단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반박한다. 윤석민의 귀국에 대해서도 “계약은 에이전트가 하는 만큼 솔직히 윤석민이 연말까지 미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며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서 다시 1월 중순에 미국으로 돌아가 운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윤석민의 미국 무대 진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 남아 있을까. 보라스 측은 “오프 시즌 최대어로 꼽히는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원소속구단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미국 진출에 합의한 만큼 조만간 다나카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며 “다나카의 최종 행선지가 결정되면 다나카 영입에 올인했다가 실패한 구단들이 다른 FA 투수들한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쉽게 말해 다나카의 거취가 결정돼야 윤석민을 비롯한 FA 투수들의 최종 행선지도 정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 윤석민을 바라보는 KBO
윤석민의 빅리그 진출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몇몇 국내 구단은 ‘윤석민 쟁탈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윤석민 만한 확실한 선발투수가 KBO리그에 몇이나 되겠냐”며 “만약 윤석민이 국내 잔류를 선언한다면 바로 영입전에 뛰어들어 성의 있는 조건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성의 있는 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정근우의 FA 계약액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른 구단에서도 윤석민의 몸값 규모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11월 중순 한화에 4년에 7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윤석민이 정근우와 같은 몸값을 받는다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FA 투수 최고액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윤석민의 미국행 의지가 원체 강하기에 그가 한국에 잔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