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와 강타.
대중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하지만 기업 논리로 볼 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통상 드라마 한 편을 만들면 100억 원 가까운 매출이 발생한다. 상장사인 SM C&C로서는 시청률을 떠나 거액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SM과 함께 ‘빅3’로 분류되던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주춤하는 사이 SM의 대항마로 새롭게 떠오른 신흥강자가 있다.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등을 보유한 FNC엔터테인먼트다.
2012년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알짜기업인 FNC는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국내 매출액은 200억 원에 육박하고 일본에 100% 지분 출자해 만든 자회사인 FNC뮤직 재팬은 지난해 4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FNC는 이동건 윤진서 박광현 등 배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말 KBS 2TV 드라마 <미래의 선택>을 공동 제작하는 등 탄탄한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다. 상장과 동시에 본격적인 드라마 제작을 위해 유명 작가들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져 FNC는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배우 하정우 염정아 등이 속한 판타지오는 지난해 12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됐다. 매니지먼트 외에 드라마와 영화 제작, 아카데미 사업을 겸하고 있는 판타지오의 2012년 매출은 141억 원 수준이었다. 2014~2015년 코스닥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판타지오는 그 교두보로 코넥스를 선택했다.
SM C&C가 제작한 드라마 <총리와 나>.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외형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SM C&C는 지난 8월 그룹 인피니트와 넬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 합병했다. 자사 트레이닝 방식에 의해 길러진 아티스트를 데뷔시키던 SM의 이색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에는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걸그룹 씨스타와 가수 케이윌 등이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공룡 기획사라 불렸던 IHQ가 역시 지난 9월 아이돌 그룹 비스트 포미닛 등을 보유하고 있는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지분 50.1%를 165억 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명가 재건’을 위한 기치를 높이 걸었다.
그들이 합가를 결정한 이유는 명료하다. ‘인수하는 측’은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안정적 실적을 올리고, ‘인수되는 측’은 콘텐츠 제작 및 해외 마케팅 기반을 갖춘 거대 기획사의 시스템 속에서 탄탄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가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SM과 로엔은 인수 후에도 각각 ‘울림 레이블’과 ‘스타쉽 레이블’을 통해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밝혔지만 상장사 대열에 합류한 연예계 거대 자본이 영세한 기획사의 콘텐츠까지 독식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수합병 제안에 응한 소형 기획사에 대해서도 “회사를 넘기며 단숨에 목돈을 손에 쥔 후 향후 신인을 다시 키운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 콘텐츠를 경제 논리에 의해 사고파는 것 같아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신흥 강자 FNC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드라마 <미래의 선택>.
이에 대해 키이스트 측은 “결혼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분간 키이스트를 향한 경계의 시선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엔터주 버블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도 높다. 팬텀엔터테인먼트와 예당컴퍼니 등 톱스타들을 줄줄이 거느리며 업계를 호령했던 상장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긴 후 결국 상장폐지에 이른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허울 좋은 엔터주에 대한 위험성은 이미 몇 차례 전례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상장 심사 역시 더욱 까다로워졌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보다 안정된 사업 모델을 갖춘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소속된 연예인의 이름값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야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