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 ||
이는 당내에 자신의 지지세력을 구축, 향후 대선국면에서 있을 경선을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 당내 지지세력이 취약한 잠재후보들의 경우 자칫 이번 총선에서 당내 기반이 더욱 축소되고 발언권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총선준비를 치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은 최병렬 대표다. 최 대표는 2007년 대선을 노리기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중도하차’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면 자신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총선을 전후한 시점이 나름대로 중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 때문에 총선 공천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자신의 지지세력을 대폭 넓히겠다는 의욕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킹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계보 의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한나라당에는 최 대표 계보로 분류될 수 있는 의원이 윤여준 임태희 의원 정도다. 최 대표가 등용하는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 등은 최 대표 사람이라기보다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으로 분류된다. 최 대표와 가깝게 지냈던 남경필 오세훈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은 최 대표와 다소 멀어져 있다.
최 대표는 최근 영남권과 수도권 영입인사에 대해서는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대표가 직접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고 이들을 향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묶어둔다는 복안이다.
최 대표에 가까운 세력들로 창립한 ‘한국의 길’이란 단체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부산 출마를 준비중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이태규 정책특보 등 친 최병렬 세력이 집중 포진해 있다. 학계 경제계 정치권 등 73명의 인사로 발기인총회를 치른 이 단체는 ‘친 최병렬 개혁세력조직’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총선 준비와 함께 최 대표의 향후 행보를 큰 틀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비교적 이미지가 좋은 인사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강점.
최 대표의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적극 경계하는 게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 이회창 전 총재측이다.
▲ (왼쪽부터)이명박,손학규,박근혜 | ||
이 시장은 최근 서울시의 각종 개발계획을 활용, 자신과 가까운 의원 및 출마자들에게 지원하는 노력을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단체장의 선거개입 감시 때문에 드러나게 움직일 순 없지만 ‘은밀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시장은 총선을 계기로 최소한 서울시내 출마자들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포섭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실제 중앙당의 간부 중에서도 이 시장의 활동반경을 넓혀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손학규 지사는 겉으로는 평온하게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는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 손 지사는 이 시장보다 당내 기반이 더욱 취약하다. 손 지사의 주요 기반은 소장파 의원이지만 아직 정치적 동일체로 보긴 어렵다. 손 지사는 이에 따라 자신을 10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핵심측근 정성운 서울사무소장을 광명에 출마시키는 등 우군 확보 노력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급적 출마를 권유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손 지사는 최근 경기도 간부회의를 여의도에서 개최하는 등 중앙 정치에 끊임없이 존재를 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손 지사 역시 경기도 의원과 출마자들을 나름대로 집중 지원, ‘범 손학규 세력’ 구축을 모색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회창 전 총재측도 바빠졌다. 이 전 총재 주변인사 가운데 이번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수십 명에 달한다. 이흥주 특보와 이원창 의원이 송파에서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고, 이명우 보좌관도 일산에서 출마를 준비중이다.
하지만 대선자금 비리가 터지면서 이 전 총재 측근들은 상당한 고전을 하고 있다. 특히 최 대표측 일부 인사들은 이 전 총재 주변인사를 전부 공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위기의식이 높다. 이 전 총재 입장에서도 미래에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지지세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선자금 수사와 함께 터져나온 최 대표와 이 전 총재의 갈등도 실상 공천을 둔 대립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총재 측근 공천을 위해 이 전 총재가 직접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최 대표측이 어떻게 수용할지 주목된다.
박근혜 의원은 공천심사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직을 맡게 될 경우 당내 입지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을 견제하는 세력도 많다. 박 의원의 공천심사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흐름이 돌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 의원의 대중적 인기를 능가할 만한 의원이 없는 관계로 박 의원은 총선 때 지지세력을 크게 넓힐 수 있는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박 의원은 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전국구든 지역구든 당에서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서청원 전 대표와 김덕룡 강재섭 의원 등 중진들도 나름대로 총선에서 자파 세력을 유지, 확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한나라당에게 내년 총선은 잠재 대선주자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