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처럼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유흥업계에서도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요. 베르테르효과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나는 직군도 이쪽이 아닌가 싶어요. 어느 가게에 누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꼭 며칠 지나서 않아 다른 가게의 누구도 자살했다는 얘기가 들리곤 해요. 연예인은 자살하면 너무 안됐다며 전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이쪽 애들이 자살하면 대수롭지 않게 여겨요. 심지어 그럴 만하다는 시선도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죠.”
논현동 소재의 한 룸살롱 마담의 얘기다. 그만큼 유흥업소 접대 여성들의 자살이 그들만의 세상에선 꽤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가장 무서운 계절은 추운 겨울, 바로 연초인 1~2월이다. 추운 날씨가 우울증을 심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올해까지만 일을 하고 그만둬야지라고 다짐했던 이들이 해가 바뀐 뒤에도 여전히 이곳을 떠나지 못한 데서 오는 자괴감도 우울증을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다시 논현동 룸살롱 마담의 얘기다.
“업계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됐던 자살 사건이 몇 건 있었어요. 텐프로 업계에서 상당히 유명했던 마담이 한 명 자살했을 때에는 단골이던 연예인들도 몇몇 조문을 와서 의리를 지켜줬죠. 사실 조문 오기 참 어려울 수도 있는 자리인데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그런 내용이 업계에 소문나서 그때 왔던 연예인들은 그 이후 다른 가게에 가도 늘 좋은 대접받는다고 해요.”
“알게 모르게 이쪽 애들(접대여성)하고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연예인들이 꽤 있어요. 그런 관계가 진지하게 오래 지속될 리 만무해요. 그런 걸 다 알지만 연예인에게 너무 빠져 버리는 애들이 있어요. 노는 애들 같아 보여도 이쪽 애들이 사실은 굉장히 순진하고 외로운 구석도 많거든요. 그러다 연예인이랑 헤어진 뒤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뭐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이유가 꼭 그 남자 연예인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소문은 그렇게 나있죠. 특히 한때 잘나가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배우 A랑 수년 동안 동거하다시피 지냈던 애가 자살했을 때 이쪽 바닥에선 소문이 엄청났었어요.”
우울증 환자는 같은 병을 갖고 있는 이들을 알아보는 것인지, 유흥업계에선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자 연예인에 대한 소문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대부분 우려 섞인 소문이다. 연예인 누가 우울증인 거 같더라, 저러다 큰일 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소문이다. 역삼동 소재의 텐프로 업소 마담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텐프로엔 연예인들이 자주 드나들어요. 그런 분들 가운데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도 꽤 있죠. 아역 출신 배우 B가 특히 심했어요. 당시 내가 일하던 텐프로 단골이었는데 거의 매일 왔어요. 일행 없이 혼자 와서 술을 마시다 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늘 우울했죠. 매사에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정말 안쓰러웠어요. 2차를 안 나가는 업소였는데도 B가 너무 힘들어 보여 사장님이 파트너였던 아이보고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같이 내보낸 일도 몇 번 있었을 정도예요. 다행히 결혼하면서 많이 괜찮아졌다고 들었어요. 이쪽엔 발길을 거의 끊은 거 같고요.”
유흥업소에서 연예인 폭행 등의 사고가 벌어지는 경우에도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술에 취한 게 아니라 병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심과 우려가 나돌곤 한다. 우울증보다 무섭다고 알려진 조울증 증세로 인해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급격히 기분이 변해 갑자기 분노하며 사건을 만드는 연예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몰려 있는 1월이다. 부디 올해 1~2월 겨울 동안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