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의 한 당직자도 “야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수도권은 세 곳 중 두 곳이 야권 몫”이라며 “우리가 아무리 높은 국정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게 선거판에선 정말 무시 못 한다. 유권자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시정과 도정과 관련한 정보 면에서도 현직이 유리하다. 우리 입장에선 분명 불리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앞두고 승리의 확신에 찬 포부는커녕 왜 부정적인 계산만 앞 다퉈 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 내부에선 이를 두고 현실적인 측면과 각 진영이 내세운 고도의 심리전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일단 현실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안철수 진영의 등장이 큰 원인이다. 이는 여야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안철수 진영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는 안철수 진영의 선거판 합류에 따라 기존 여야 정당 지도부 입장에선 계산이 더욱 복잡해졌다”며 “예전 같았으면, 각 진영에서 벌써부터 여론조사를 돌려가며 선거에 대비했을 테지만, 안철수 진영의 후보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마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영·호남 텃밭마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과 함께 각 진영이 의도적으로 비관론을 퍼트리고 있다는 심리적 측면의 분석도 존재한다. 이는 결국 ‘위기론’을 통한 당내 결속과 유권자의 동정표를 동시에 얻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일요신문>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한 광역단체장의 측근은 사석에서 기자에게 오히려 “일찌감치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해줘서 고맙다”는 농반진반 인사를 건넸다. 상대 후보 측과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 광역단체장 측은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가 ‘위기론’을 야기해 실제 선거판에선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당 내부의 사정과 관련해 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 내 후보 경쟁부터 치열하다. 결국 선거에 나설 사람은 한 명이다. 문제는 선택받지 못하는 나머지 인사”라며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 입장에선 낙천한 인사들에 대한 설득이 중요하다. 낙천자들의 불필요한 잡음은 선거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설득 과정에서는 결국 ‘승리를 장담 못하는 위기 속에서는 객관적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가야 승산이 있다’는 식의 위기론이 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