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의원 | ||
당초 출마설이 나돌던 김근태 원내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출마를 포기해 다소 ‘김이 빠진’ 듯한 느낌을 줬지만 당 관계자들은 “곧 양강 구도가 형성돼 민주당 전당대회 못지않은 흥행을 이루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들이 지목하는 ‘양강’은 정동영 의원과 김정길 전 장관. 현재로선 정 의원이 우세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영남권 유일 후보가 된 김 전 장관의 파괴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장관이 최다 투표인단을 보유한 영남권을 등에 업고 바람몰이에 나설 경우 정 의원과 불꽃 경합이 예상된다는 것.
정 의원은 소위 ‘정동영 대세론’으로 대변되는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앞세워 전당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정 의원측은 “어떠한 연대 없이 독자적으로 당의장에 올라설 것”이라며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 예비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도 정 의원을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 의원과 함께 당내 소장파 리더로 꼽히는 신기남 의원은 “일단은 정 의원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예비 경선을 통과한 유재건 의원도 “당 대권후보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동영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정길 전 장관은 김두관 전 장관과 김태랑 전 의원이 예비 경선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영남권 단일후보로 ‘무혈입성’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영남 주자들 중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김 전 장관은 입당을 앞두고 있는 김혁규 전 지사 등 지역 거물급 인사들의 전폭적 성원과 전체 투표인단의 35%에 육박하는 영남권 표를 기반으로 1위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김 전 장관은 “김원기 공동의장이나 김근태 원내대표 등 유력 후보군으로 꼽혔던 당 중진들이 모두 출마하지 않았다. 이분들이 반목을 거듭해온 소장파를 지원하겠나. 아니면 정치적 노선을 함께해 온 동지를 밀어주겠나”라며 중진들의 도움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 김정길 전 장관 | ||
정 의원의 후보간 연대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사실 영남권 후보 단일화를 외쳐온 김 전 장관을 겨누고 있다. 정 의원측은 “우리당 당원들은 다른 당과 달리 계파와 지역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을 ‘영남 지역의 맹주’로 만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김 전 장관이 영남권 후보로 유일하게 본선에 출마한다 해서 영남권 대의원들이 김 전 장관에게 몰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기반인 영남권을 공략해 지역구도를 무너뜨리는 것이 지상과제”라며 “전국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영남권 후보가 나서야 지역구도를 깨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정 의원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후보간 연대’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1인2표제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여러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구도가 당의 화합을 위해 좋다”며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예비 경선에서 김 전 장관은 장영달 의원, 이미경 전 의원과 사실상 연대를 했으며 세 사람 모두 예비 경선을 통과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영달 의원측은 “본선에서도 후보간 연대가 필요할 것”이라며 김 전 장관과의 연대가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 이미경 전 의원도 예비 경선과 마찬가지로 김 전 장관과 연대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정동영 의원이 현재 당의장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김근태 원내대표 불출마로 당 중진들이 자신들과 견해가 엇갈렸던 정 의원보다 김 전 장관쪽을 지원할 경우 민주당 ‘조순형-추미애’ 대결 못지않은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 전망했다.
우리당의 다른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의 관건인 영남 공략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당권주자들이 내놓는 슬로건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정 지역에 몰표를 주어선 안 된다’는 정 의원의 논리와 ‘영남권 둑은 안에서 무너뜨려야 한다’는 김 전 장관의 논리가 ‘정면 충돌’하는 횟수가 잦을수록 이번 전당대회의 흥미는 배가될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