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무감사결과’가 유출되자 한나라당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지난 12월18일 고 김윤환 전 대표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 ||
이에 최병렬 대표는 “누가 어떻게 유출했는지 확인한 이후 (자료를) 파기할 것이고 공천심사 자료로 일체 사용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물갈이 ‘대전’을 앞두고 당내에서는 누가 이 자료를 유출했는지를 놓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조직국의 컴퓨터가 해킹 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외부 소행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쉽게 ‘진상’이 밝혀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 당무감사 결과는 총선 물갈이 기준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당에서도 ‘1급 보안사항’으로 다루었다. 또한 당무감사를 나갔던 사무처 직원들의 신원이 노출될 우려도 있어 이 자료는 더욱 극비사항으로 관리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감사 결과가 전격 공개되자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K기자는 “이제 물갈이의 전주곡이 울려 퍼졌다. 당의 핵심 고위층이 슬쩍 흘려놓고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일 수 있다. 최 대표가 공식 공천 자료로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보고서 유출과 관련해 “대표께도 요약된 내용을 보고했다. 대표는 내용을 보고 사무총장에게 바로 자료를 돌려주었고 즉시 자료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총장은 “나 자신이 이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송구스럽다”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총장이 민감한 내용을 언론에 내보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파문 차단에 노력했다.
하지만 당 정책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당무감사 결과가 공개된 경우가 한 번도 없다. 이번에 언론에 슬쩍 공개된 것은 뭔가 흑막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의 진위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아무개 의원이 미리 당무감사 결과를 보고 나서 자신의 평가가 불리하게 나오자 항의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용을 조금 고친 뒤 다시 자료가 나왔는데 이번에 공개된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내용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당무감사 결과보고서 원본과 수정본이 따로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내가 보고받았던 부분하고 오늘 아침 보도하고 상당히 일치하는 것 같다”고 밝혀 원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출입기자 P씨는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가 공천 평가자료로서 의미를 상실한다 해도 의원 개개인들은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가 당 물갈이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고 밝혔다. 이번 유출 파문으로 한나라당은 이미 물갈이의 ‘늪’ 속으로 한 발 더 빠져든 듯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