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1일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 국민생활체육회장을 겸직한 서상기 의원(가운데)이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서 의원의 겸직 문제가 논란이 됐던 것은 국회의원 겸직금지법에 있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겸직금지법은 국회의원 특혜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2013년 6월 국회법상 폭력방지 조항, 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됐다. 겸직금지법은 원칙적으로는 국회의원의 겸직 자체를 금하고 있지만 국회법 제29조에는 예외 항목 중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라는 조항이 있다. 해당 예외 조항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 되면서 겸직 사퇴 여부에 대한 주장도 엇갈린 것이다.
겸직금지법에 담긴 ‘공익 목적의 명예직’이라는 예외조항은 최근 의원들에 의해 해석 폭이 확장되면서 논란을 낳았다. 의원들은 국회감사실이 만든 ‘국회의원 겸직 영리업무 종사금지 심사기준안’을 수정했다. 여야는 겸직이 가능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서 ‘공익’은 영리가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명예직은 비상임·무보수면 가능하도록 기준을 확대했다.
현재 수정된 기준에 따르면 많은 수의 의원들이 맡고 있는 체육단체장이나 사회단체장 활동 등은 무보수이기에 겸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활동들은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활동을 통해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고 단체 측은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통해 정부 지원 등의 특혜를 얻을 수 있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결국 겸직금지법이 오히려 국회의원들에게 유급 형태가 아닌 다른 겸직 활동들을 합법화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주게 된 셈이다.
겸직금지법이 논의됐던 지난 1년간 국회의원들은 특혜를 얼마나 내려놓았을까. 2월 14일 겸직금지법 시행에 맞춰 <일요신문>은 2013년 1월 입수한 ‘19대 국회의원 겸직신고 현황 명단’과 지난 12일 국회사무처를 통해 입수한 2014년 초 기준으로 갱신된 겸직 명단을 비교해봤다.
겸직금지법이 통과되기 전인 2013년 1월 국회사무처에서 공개한 ‘제19대 국회의원 겸직신고 현황’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중 총 97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들이 총 194개의 직을 겸하고 있었다. 영리 목적의 기업 등에 속한 직을 맡은 의원들은 18명, 변호사 겸직 의원들은 21명, 교수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은 34명이었고 이중 교수직을 휴직한 의원들은 11명이었다. 당시 유급으로 직을 겸한 의원들은 강기윤(일진금속 대표이사) 문병호(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박기춘(경복대학교 초빙교수) 전병헌(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객원교수) 등 28명에 달했다.
한두 개의 직을 겸한 의원들도 있었지만 6개가 넘는 겸직으로 명단을 채운 의원들도 있었다. 박기춘 박인숙 이종걸 의원이 6개, 신장용 정몽준 의원 7개, 윤진식 최동익 의원이 8개, 최근 당선이 무효 처리된 현영희 의원은 9개의 직을 겸하고 있었다.
1년 뒤인 2014년 초 명단에는 88명의 의원이 총 177개의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에 따르면 전체 20개의 겸직이 정리됐고 김성찬 김영주 문재인 김회선 우윤근 전해철 등 9명의 의원들이 명단에서 이름을 뺐다. 사퇴한 직업들은 대부분 겸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는 기업, 변호사, 교수 등의 직업이었다.
사퇴 수순을 밟았지만 국회사무처에 신고하지 않은 의원들도 있는 등 내부에서는 아직 정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14일부터 법이 시행되지만 유예기간이 있어서 그 안에만 정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종 겸직 명단 등록은 오는 3월 14일까지다. 2014년 초 명단에 유급 변호사직으로 겸직이 등록돼 있는 김관영 의원 측은 “김 의원이 변호사직을 사퇴하긴 했다”며 “14일부터 법이 시행되지만 그때부터 겸직 여부를 다시 조사하기 때문에 그때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영리 단체, 비상근직, 무급직 등 겸직금지 예외조항에 포함될 확률이 높은 직을 겸한 의원들은 주로 당장 사퇴하는 것보다 3개월간 진행되는 윤리심사위원회 자문위의 심사를 기다리는 것을 택하고 있다. 다수의 겸직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근 교수직 사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직책은 기다려봐야 한다”면서 “5월까지 심사에 맡겨보고 안 되면 못하는 것이지만 허락이 되면 문제가 없는 것”라고 말했다.
사퇴보다 사내에서 직책을 바꾼 의원도 있다.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은 겸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경남기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최대주주로 남아 고문으로 겸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의원들의 겸직금지법에 대한 생각과 달리 입법조사처 측에서는 수정된 내부 규정 내용에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다.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체육단체장 같은 경우 많은 의원들이 겸직하고 있어 의원들 측에서는 겸직금지법 제한을 많이 좀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겸직금지 예외 여부의 최종 결정자인 자문위 측에서는 의원들의 예외조항 기준 확대 요구가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본래 법 취지는 교수, 변호사뿐 아니라 봉사 개념 외의 각종 단체장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마 의원들 말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겸직이 허락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