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장에 전격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서상기 의원. 서 의원은 후배들을 위해 3선을 포기한 김범일 현 시장보다 나이가 많아 말들이 많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런데 이야기가 고약하게 돌아가는 것은 서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당의 요청이 있었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2006년에도 그렇고, 2010년도 그렇고 서 의원은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든지, 박심의 재가가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이 잘 해보라고 하셨다”고 밝힌 것과 같은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의원에게 출마를 요구한 당의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해당 지역 언론인과 정치권은 새누리당 지도부, 지역 국회의원, 당직자 등과 일일이 접촉하며 출마 타진 여부를 조사하거나 취재했고 ‘당심’은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서 의원도 이런 보도에 어떤 대응도 않고 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른 것은 2010년 박 대통령의 재가가 없어 중도 포기했던 서 의원이 이번엔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박심을 얻은 것 아닐까’ 하는 말이 회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앞으로 잘 지켜보시라”라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중앙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이 청와대로부터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알고 관련 소문이 쫙 퍼져 있다.
친박계 돌아가는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야기를 꺼내면서 박심 논란에 불을 지폈다”며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이게 박심인데 말이야’ 하면서 출마 쪽으로 넌지시 떠민다면 당사자로선 어떻게 하겠는가. 직접 대통령에게 확인하기도 그렇고 그냥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그런 일들이 꽤 있다고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서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국정원에 들어서는 모습.
서 의원은 대구·경북(TK)지역 국회의원들과 여러 차례 접촉한 자리에서도 이번에는 절대로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같은 정보위 소속으로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원진 의원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자기에게 출마하라고 권한 인물이 서 의원이란 것이다. 대구 동구청장 출신인 이재만 예비후보는 아예 “지난해 말 서 의원이 저를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히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중앙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 출마가 ‘자가발전’이라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어떤 요청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64세의 김범일 시장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3선 도전을 포기했는데 69세의 서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3선에 도전하는 김관용 경북지사는 올해 73세다. 또 서 의원과 함께 대구시장에 도전한 조원진 의원, 권영진 주성영 배영식 전 의원 등 예비후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15% 안팎에서 ‘고만고만’ 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소지역주의가 아니겠는가 하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민주당 최고위원 출신인 김부겸 전 의원이 곧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다. ‘새누리당 지지도 대 김부겸 인물론’의 싸움으로 대구시장 선거전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