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채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박비료를 녹인 물에 키우는 수경재배가 확산 중이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 없는 생물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아쿠아바운티(AquaBounty)사가 개발한 슈퍼연어다.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이 연어는 일반 연어보다 성장 속도가 2배나 빠르다. 덕분에 양식업계는 출하할 때까지 걸렸던 3년의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만큼 먹이 값을 절약하게 됐다. 싸고 효율적으로 연어를 키울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동안 콩과 옥수수 등 유전자를 변형한 농산물은 꽤 보급되어 왔지만, 어류는 사상 처음이다. 따라서 인체와 생태계에 위해성은 없는지 검증이 되지 않아, 식용 승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 승인을 미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칼럼니스트 폴 그린버그는 슈퍼연어를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빗대 ‘프랑켄피시(Frankenfish)’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 유전자조작 식품은 표시 의무가 없다. 만약 미국에서 슈퍼연어가 허가된다면 중국 등의 나라도 유전자변형 기술을 다양한 동물들에게 적용시킬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프랑켄푸드가 식탁 위에 올라오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슈퍼연어와 일반 연어를 비교한 모습
사실 슈퍼연어 외에도 인간이 편의를 위해 변형 종자를 만들어 낸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 예로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깃털 없는 ‘누드 닭’을 개발해 화제가 됐었다. 가공 과정에서 털을 뽑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자, 닭 품종을 교배시켜 아예 털을 없앤 것이다.
또 미국의 기업은 토마토에 동물의 유전자를 접목시킨 새로운 종을 선보였다. 바로 ‘무르지 않는 토마토’다. 이 변형 토마토는 넙치의 유전자를 이식해 개발됐다. 넙치는 낮은 수온에서도 몸이 얼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유전자가 토마토를 무르지 않게 해주며, 유통기간을 늘려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유전자변형 식품들은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아 위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는 유전자조작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 역시 다르지 않다.
가령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간장, 된장, 낫토, 정종 등의 발효식품들은 천연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거의 없다. 대부분 배양업체에서 제조된 인공 배양균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배양균의 일부는 방사선이나 화학물질로 균의 특정 유전자를 조작해 얻어진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누드닭.
유전자 조작뿐만 아니라 수경재배도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으로 일본에서 급속히 확산 중이다. 수경재배는 화학비료를 물에 녹인 액체비료에서 채소를 키우는 것인데 토양보다 양분의 흡수율이 좋아 수확량이 현격히 증가된다. 시금치의 경우 토양 재배보다 두 배나 빠르게 성장할 정도다. 그러나 역시 100% 화학비료로 재배된다는 점이 찜찜함이 남는다.
화학비료에 대한 걱정은 과일도 예외는 아니다. 딸기, 사과, 복숭아, 배 등 모든 과일이 예전보다 훨씬 크고 당도가 높아졌다. 이는 품종개량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실은 약품에 의해 인공적으로 달콤함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또 크기를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다. 이 잡지에 따르면 특히 오렌지, 자몽 등 수입산의 감귤류에는 신맛을 억제하고 단맛을 내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뿌리고, 껍질 표면에 상하는 걸 방지하는 방부제와 코팅제까지 입힌다고 한다.
가공식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화학적 첨가물도 줄곧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감칠맛을 내기 위한 화학조미료들은 그 종류가 워낙 많은 데다 날로 진화하고 있어 소비자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본의 대형슈퍼나 분식집에서 파는 튀김류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왜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지 않을까. 물론 깨끗한 기름에 튀겨서가 아니다. 튀김옷에 합성착색료 β카로틴을 섞었기 때문에 오래된 기름을 사용해도 먹음직스러운 노란 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바삭한 식감을 내기 위해 계면활성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유화제나 인산염을 혼합하기도 한다. 싸고 맛있는 튀김의 비결은 훌륭한 요리 솜씨가 아니라 첨가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적 새로운 첨가물로는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라는 효소제가 있다. 이 첨가물은 단백질과 단백질 사이를 강력하게 결합시켜준다. 다시 말해 순간접착제 같은 역할을 한다. 반죽에 넣으면 쫄깃한 식감이 생겨나고, 극단적으로는 다진 고기를 큰 스테이크로 만들 수도 있다. 만약 값이 싸고 질이 떨어지는 생선으로 어묵을 만들더라도 이 첨가물만 넣으면 질 좋은 생선을 사용한 것처럼 쫄깃한 어묵이 탄생한다. 일종의 속임수다.
이와 관련해 <주간겐다이>는 “너무 싸고 맛있는 음식에는 뭔가 속임수가 있다고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소비자가 저렴함을 추구하는 이상 이러한 속임수는 계속 진화해 ‘진짜’를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