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수 코스모 회장
이번 거래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GS그룹의 지배구조를 먼저 살펴야 한다. GS그룹에는 허남각 회장의 삼양통상, 허창수 회장의 GS건설, 허경수 회장의 코스모, 그리고 허완구 회장 계열의 승산이라는 소그룹(?)이 있다. 이들 소그룹의 지배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GS가 아닌 각 회장들이다. ㈜GS는 각 소그룹 대주주들이 모두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합체다. 소그룹 대주주들이 추대한 계열 대표는 그룹 형성에 공이 가장 컸던 고 허준구 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회장이다.
그런데 지분율은 4.75%에 불과하다. 그래서 ㈜GS가 지배하는 주력회사들에는 각 소그룹을 대표한 허 씨 경영인들도 배치돼 있다. GS칼텍스는 허동수 회장(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동생)과 허진수 사장(허창수 회장 동생), GS리테일은 허승조 부회장(허창수 회장의 삼촌)과 허연수 사장(허경수 회장 동생)이 경영을 맡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후들이 종가인 천자국에 인재들을 파견한 것과 비슷한 형태다.
코스모신소재를 인수하려는 GS에너지는 자회사인 GS이엠을 통해 2차전지 재료사업에 진출했다. GS이엠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해 납입자본을 까먹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GS에너지는 올해 190억 원을 증자했다.
피인수 대상인 코스모신소재의 주력 분야는 기능성필름 제조이고, 2차전지 재료인 양극활 물질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적자가 지속돼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모기업인 코스모화학 역시 양극활 물질 원료인 황산코발트를 자체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지만 업황 부진 탓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스모화학 대주주로 코스모그룹 지주사인 코스모앤컴퍼니는 2012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코스모신소재 매각으로 코스모화학 손익이 개선되면 코스모앤컴퍼니도 지분법 평가를 통해 결손을 줄일 수 있다.
허창수 GS 회장과 코스모신소재 홈페이지 메인화면 합성.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허경수 회장은 올 주총에서 코스모화학 등기임원직은 내려놓았지만, 코스모신소재 등기임원직은 연임하며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58세인 허 회장은 이에 앞서 그룹 지주사인 코스모앤컴퍼니 지분도 자녀에게 넘겨 본인의 지분율이 9%에 불과하다. 단독으로는 동생인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지분율 35%에 못 미친다. 표면적으로 그를 더 이상 코스모그룹 총수로 간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자녀들과 합친 지분율이 45%여서 여전히 코스모그룹 최대주주다”라고 설명했다.
정황을 종합하면 허 회장이 GS에너지에 코스모신소재를 매각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코스모그룹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사전포석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허경수 회장은 ㈜GS 지분 3.21%를 보유한 주주여서 ㈜GS의 자회사인 GS에너지가 추천하는 경영진으로 코스모신소재를 계속 경영할 자격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시장 반응은 어떨까? 거래 추진 사실이 처음 알려진 3월 24일 코스모신소재와 주주사인 코스모화학 모두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25일 전일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고, 이후 줄곧 하락세다. GS에너지의 모기업인 GS도 마찬가지다. 24일과 25일 반짝 오름세를 보이더니 이내 다시 제자리다. 긍정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보통 인수합병이 긍정적이라면 사는 쪽이든 파는 쪽이든, 아니면 양쪽 다 주가가 올라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인수합병 효과가 없다고 보든지, 정확한 배경 파악이 안 되는 데 따른 불확실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