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대구출마 선언을 한 1월19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종현 기자 | ||
열린우리당이 ‘정동영 효과’를 바탕으로 KBS, MBC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도 1위를 차지한 것도 최 대표의 특단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의 당위성을 높여주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최 대표에 대해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하고 후진들을 밀어줘야 한다” “광주 같은 곳에서 출마해 ‘조순형 효과’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 대표는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 갑에 공천 신청을 낸 상태다. 일단 조 대표처럼 ‘적진에서의 출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 대표의 대구 출마에 대해 최 대표측은 “지지율 만회를 위한 이벤트 차원의 발상일 텐데 우리가 따라할 필요가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에 뒤진 것도 별 문제 없다. 한나라당 지지세는 고정적이며 열린우리당 거품은 곧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 일각의 ‘지역구 이전론’에 대해 최 대표측은 “서울 강남 갑은 한나라당이 영남권만큼이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지역인 만큼 이곳에서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된다”며 “박빙 지역 하나 잃는 것과 텃밭 지역 하나 잃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간판인 최 대표가 직접 나서 강남 지역으로부터의 확실한 지지세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은 지난 1월25일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한나라당 강세 지역을 거론하며 “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새 인물들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이 강남 갑을 지역구로 둔 최 대표의 ‘복심’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최 대표가 ‘지역구 사수’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또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최 대표측은 이에 대해 “(김문수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서 그 정도 발언은 당대표와 의논 없이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최 대표와의 ‘사전교감’이 없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최 대표측은 “강남 갑에서 최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압도적 승리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 서면 최 대표가 지역구를 다른 주자에게 물려주고 비례대표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당내 요구가 더 거세질 경우 한발 뒤로 물러날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내비친 셈이다.
만약 ‘지역구 이전설’이 나도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종로 출마를 결행할 경우 최 대표는 당 안팎에서 또 한 차례 거센 ‘특단 조치’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아마 정동영 의장이 움직여야만 최 대표도 지역구에서 발걸음을 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