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황식, 정몽준.
지난 3월 29일 김황식 캠프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지출했다”며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일 <일요신문i>에서 보도한 ‘현대중공업 월별 광고비 지출내역’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광고비로 지난해 11월 30억여 원, 12월 23억여 원을, 올해 2월까지 48억여 원을 지출하는 등 4개월간 100억여 원을 지출했다. 해당 자료에는 지난해 1월에서 10월까지 광고비가 ‘0원’으로 돼있다. 그렇다고 이 시기 실제 광고를 한푼도 안 쓴 건 아니다. 자료의 근거가 된 한국광고주협회 광고비 지출 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나가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상대적으로 광고비 지출이 현저히 적었다는 얘기다. 어쨌든 현대중공업이 10개월간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다가 1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분석은 틀리지 않다.
그런가하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광고비 지출을 늘렸다. 앞서의 지출내역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09년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광고비 지출 순위가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가 선거가 있는 6월 39억 9000만여 원을 지출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의원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로 있었다. 또한 2010년 9월 U-17여자월드컵(14억여 원), 2011년 1월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17억여 원), 7월 여자월드컵(23억여 원) 등 축구 관련 국제경기나 이벤트 때 광고비 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정몽준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FIFA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까닭에서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광고비 집행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며 정치일정과는 무관하다”며 “올해 3월부터는 광고비가 줄었다. 정치일정과 상관있다면 더 늘어났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여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정몽준 의원과 관련 있는 선거와 축구경기 때 광고비를 늘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는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향후 백지신탁 문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공세에 정몽준 의원 측도 맞대응했다. 박호진 정몽준 경선준비위 대변인이 “김 전 총리야말로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억 원이 소요되는 경선 사무실과 고급 인테리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콘텐츠 등을 준비했는데, 어떤 자금으로 이런 준비 작업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지난 2일 “경선 기간이라 하더라도 선거법에 따라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사돈이나 친인척이라고 양해되는 것이 아니다. (자금을 받으면) 증여도 되고 온갖 것에 다 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이 두 후보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김황식 전 총리가 친인척이나 사돈 기업의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데 있다. 김 전 총리의 매형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그의 누나는 김필식 동신대학교 총장이다. 지난해 3월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김 전 총리가 신고한 재산은 약 12억 1000만 원으로 이중 예금액은 4억 3000만 원 수준. 만일 경선을 통과한 뒤 공개될 재산내역에서 금액에 큰 변동이 없다면 사실상 외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0년 인사청문회 당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도 재산이 늘어 추궁을 당했는가 하면 2012년 재산신고 때는 전년도보다 신고재산이 5억 9000만 원 증가하는 등 ‘스폰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몽준 의원은 따로 정치후원금 모집 활동도 안 할 만큼 돈 문제를 초월한 사람”이라며 “돈 문제로 따지자면 김황식 전 총리 쪽이 여간 불리한 게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인지 당내에서는 이미 경선 흐름이 정몽준 의원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최근 김황식 전 총리 측에서 현직 청와대 비서관 영입 소식을 알리며 ‘박심 마케팅’ 불씨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당심(대의원 및 당원 의중)’에서 정몽준 의원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김 전 총리가 불리해질 전망이우세해지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