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KIA로 트레이드 된 김병현(왼쪽)과 구단에 비공식적으로 이적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조인성.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지난 1일 잠실 LG전이었다. 6회 무사 1, 3루서 조윤준 타석 때 풀카운트 상황에서 이만수 감독은 포수 조인성을 빼고 후배 정상호를 투입했다. 베테랑 조인성으로선 ‘굴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감독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FA(자유계약) 자격으로 LG에서 SK로 갈아탄 조인성은 박경완(현 SK 퓨처스팀 감독)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SK의 안방마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정상호와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쓰고 있다. SK 입장에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정상호가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조인성으로선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중 교체되는 악몽을 경험한 조인성은 지난해부터 자신을 둘러싼 트레이드설과 관련해 구단에 비공식적으로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설위원 A 씨는 해프닝으로 끝난 조인성의 트레이드 요구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조인성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 3년 계약이 끝난다. SK는 정상호에 이재원까지 포수들이 차고 넘치는 터라 조인성으로선 SK를 떠나고 싶어 했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여름부터 이만수 감독과 조인성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심정으로 두 사람을 지켜봤었는데 이번 트레이드 요구설이 불거졌다. 이 감독도 선수 말년에 구단, 감독과의 불화로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이다. 베테랑 선수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난 번 풀카운트 상황에서 정상호와의 교체를 지시하고 기자들 앞에선 조인성을 아낀다고 말하는 건 설득력이 없는 대목이다. 쓰지도 않고 데리고만 있지 말고, 선수이자 후배인 조인성이 야구생활의 마지막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다른 팀으로 보내주는 게 맞다고 본다.”
포수 출신인 이만수 감독은 공교롭게도 포수들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다. 지금은 은퇴한 박경완 2군 감독과도 ‘애증의 관계’라고 할 만큼 내부적인 사연들이 꽤 많았다. 아무리 구단이 나서 봉합을 했다고 해도 지금의 ‘불편한 동거’가 언제 다시 실체를 드러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김병현과 맞트레이드된 김영광.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 진출 후 애리조나-보스턴-콜로라도 등을 돌아 미국 독립리그인 오렌지카운티 플라이어스와 일본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거쳐 2012년 해외파 특별지명 신분으로 넥센에 안착한 김병현은 마침내 고향팀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병현이 넥센에서 보여준 성적은 명성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는 내용이다. 국내 데뷔 첫 해에는 3승 8패 평균자책점 5.66을 거뒀고, 지난해에도 5승4패 평균자책점 5.26으로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2군에 머물렀던 그로선 시즌 초반 불펜진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KIA에 합류함으로써 서재응, 최희섭 등 메이저리그 출신의 광주일고 선배, 동기와 함께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함께하게 됐다.
김병현의 트레이드는 넥센과 KIA의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넥센으로서는 연봉 2억 원의 김병현을 내주고 24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김영광을 받으며 지출을 줄이고, 성장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갖게 된 반면, KIA는 김병현을 받음으로써 불펜진 운영에 숨통이 트였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의 이미지 마케팅에서 큰 수확을 얻었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이다.
해설위원 B 씨는 “두 팀 모두에게 의미 있는 트레이드인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트레이드는 소문이 나기 전에 속전속결로 이뤄져야 한다. 발표나기 전에 소문이 나돌면 진행되는 일도 엎어지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김병현-김영광 트레이드는 다른 팀에 시사하는 바가 꽤 클 것이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김병현은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심경을 밝혔다.
“솔직히 지금은 트레이드가 된 데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다. 워낙 오랫동안 여러 팀들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KIA 타이거즈로 옮기는 부분도 이전의 그것처럼 잔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디를 가든 내가 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적응이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김병현의 어렸을 때 꿈은 빨간색 타이거즈 유니폼이었다. 지금은 ‘해태’가 아닌 ‘KIA’로 바뀌었지만, 그는 야구인생의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30여 년을 기다렸던 그 유니폼을 입게 된 셈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