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자 고양시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하는 김이슬(왼쪽)·김정환이 나란히 앉아 대국을 펼치는 모습.
‘광주 무돌’과 ‘경기 고양시’는 지난해 빠졌다가 돌아왔고 부산과 화성시는 신생 팀이다. 외부 지원 없이 ‘충남 서해바둑단’이라는 이름으로 내셔널리그 원년(2012년) 통합챔피언에 올랐고 지난해엔 ‘일양금속’의 후원을 받아 날개를 다는 듯했던 ‘충남 일양금속’이 거꾸로 올해 해체되고 만 것이나 ‘바둑 여건’이 상대적으로 다소 취약하다고 알려진 강원도에서 바둑 도약의 꿈을 안고 몸을 일으키던 ‘강원도바둑협회 → 강원횡성’ 팀이 올해 일단 쉬기로 한 것, 그리고 국내 최초로 바둑 특성화학교가 등장했을 정도로 바둑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경기 안산시와, 참가 팀 가운데 최소 행정단위인 ‘구(區)’의 이름으로 깃발을 올렸던 ‘경기 분당’이 1년 만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등은 아쉽다.
2010년 4월 국내 최초(바둑에서 국내 최초면 곧 세계 최초다)로 지자체가 1년 예산 2억 원을 지원하는, 이를테면 ‘시립 선수단’을 창단했던 고양시 선수단의 사정은 눈물겹다. ‘고양시 바둑 선수단’은 당시 한국 바둑계의 획기적이며 새로운 발전 모델로 갈채를 받으면서 내셔널리그의 모태가 되었던 것인데, 시장이 바뀐 후 1년여가 지난 2013년, 시에서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지난해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고양시 기우회와 고양시 바둑강사회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경비를 모아 고양시 선수단을 밀었다. 2012년 ‘충남 서해바둑단’이 선수들 자비로 출전하면서 통합 우승으로 기염을 토했던 것처럼 올해는 ‘고양시 선수단’이 헝그리 정신의 투혼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가 컴백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광주는 적어도 해방 전후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바둑계의 대표적 인물을 길러내고 있는 토양이자 젖줄이다. 가문의 전통과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개막식 직후 벌어진 1-2라운드의 결과 현재 성적은 천일해운(8) 건화(7) 충청북도(6)가 2승, 순천만정원(5) 의정부시(5) 화성시(5) 함양군(4) 무돌(4) 에몬스가구(4)가 1승, 덕영(4) 데코스위치(4) 고양시(3)가 2패, 알룩스(1) 1패를 기록하고 있다(괄호 안 숫자는 개인 승수의 합). 팀 숫자가 홀수인 관계로 라운드마다 한 팀은 비번인데, 1라운드에서는 함양군, 2라운드에서는 알룩스가 쉬어, 두 팀은 한 라운드만 치렀다. 팀의 승수가 같으면 개인 승수의 합으로 순위를 가린다.
팀들이 출몰한 탓에 선수들의 이동도 적지 않았다. 충남은 박성균이 함양, 송홍석과 김수영이 덕영으로 스카우트되었고 류병용은 프로로 떠났다. 강원도의 에이스였던 김동근은 건화로, 김동섭과 이선아는 고양→분당을 거쳐 화성시로 적을 옮겼다. 화성시는 또 10여 년 전에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 1위, 입단 후보 1순위였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황태자 하성봉 선수도 영입해 올해의 다크호스일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전직 프로 김희중은 심판으로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정규리그 1~4위인 건화 충북 천일해운 알룩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천일해운이 알룩스를, 충북이 천일해운을, 건화가 충북을 이겨 챔피언을 차지했는데, 우승-준우승 팀인 건화-충북의 주포로 맹활약했던 홍태선-김희중, 두 전직 프로가 올해는 선수로는 뛰지 못하고 심판으로 참여한다. 단장회의 때 다른 팀들이 극력 반대했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것에도 일리는 있다. 실력도 실력이고, 두 사람에게 국한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프로에서 은퇴하고 내셔널리그로 오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때는 아닌 게 아니라 뭔가 좀 애매해질 수가 있으니까.
올해는 5, 6위도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4, 5위와 3, 6위가 준플레이오프, 이긴 팀이 각각 1위, 2위와 플레이오프, 거기서 이긴 팀들끼리 챔피언시리즈를 벌인다. 총규모 5억 원. 후원 하나은행. 우승상금은 지난해는 통합 챔피언 2000만 원, 준우승 500만 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 1000만 원, 포스트시즌 우승 1000만 원으로 나뉘었다. 준우승은 각 500만 원이며 부문별 다승자 3명에게 각 100만 원, 정규시즌-포스트시즌 MVP 각 100만 원, 감독상 100만 원 등이다. 주요 대국은 K-바둑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