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용씨의 ‘괴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밝혀진 박상아씨. | ||
당시 A양으로 기재했던 박씨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이미 재용씨의 괴자금 중 일부가 박씨 명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나간 이후 재용씨는 예정된 입국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내 지난 1일 밤 미국에서 귀국했다. 그동안 재용씨의 괴자금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은 최근 1백70억원대에 달하는 재용씨의 괴자금 가운데 수억원이 박씨와 박씨 어머니의 은행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기자는 재용씨의 괴자금과 관련해 취재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탤런트 박씨 가족이 살고 있는 서울 응봉동 H아파트 주차장에 ‘경북31러3×××’ 번호판을 붙인 쏘나타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는데, 아파트 경비원은 “박씨의 여동생이 몰고 다니는 차”라고 귀띔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24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벤츠 승용차를 몰고 다녔다고 한다. 박씨의 여동생이 사용했다는 승용차의 소유주를 확인해보니 경북 안동시에 사는 권아무개씨(69)인 것으로 밝혀졌다.
승용차 등록 주소지인 경북 안동시 운안동 D아파트를 찾아갔다. 권씨는 3천2백만원짜리 전세로 D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권씨의 부인(63)은 아파트 현관문을 열지 않은 채 인터폰을 통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얼마 후 권씨의 둘째 아들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문제의 승용차에 대해 “정확히 모르지만 그 차는 ‘형’(권씨의 맏아들)이 다니는 회사 사람인 류아무개씨가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권씨의 둘째 아들이 말한 류씨는 전재용씨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사업파트너. 전씨와 류씨는 명목상으론 사업파트너이지만 실질적인 전주(錢主)는 전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용차의 명목상 소유주로 돼 있는 권씨의 큰아들(39)은 재용씨가 세운 회사의 임원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0년 8월 설립돼 재용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의료기기 수입업체인 ‘뮤앤바이오’(옛 파이오니어바이오텍)에선 권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또한 같은 해 10월 설립된 컨설팅업체 ‘제이앤더블유홀딩즈’(옛 밸유매니지먼트)의 경우 재용씨 부인인 최정애씨가 대표이사를, 재용씨와 권씨는 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최씨는 이름만 대표이사였을 뿐 실질적인 경영은 재용씨가 전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용씨는 또 2001년 1월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체인 ‘오알솔루션즈코리아’를 세웠는데, 지난해 8월부터는 류씨와 공동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1백억원대 괴자금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해 10월27일 전두환씨의 최측근인 손삼수씨에게 회사를 인계한 후 대표이사직에서 동반 사임했다.
그리고 권씨의 맏아들(39)은 재용씨가 지난해 6월까지 운영하다 사무실을 폐쇄한 ‘제이앤더블유홀딩즈’의 감사로도 등재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일련의 정황을 살펴볼 때 재용씨는 자신이 운영했던 회사의 ‘부하직원’ 아버지 명의를 빌려 쏘나타 승용차를 구입, 박상아씨 여동생 등 가족이 쓰도록 줬던 셈이다.
그런데 검찰은 재용씨가 서울 이태원의 호화빌라 세 채(총분양가 48억원)도 회사 직원의 아버지 등 타인 명의로 매입하려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0억원을 납부한 사실을 파악했다. 또 제이앤더블유홀딩즈 회사 명의로 6억원 상당의 외국인 전용주택을 매입한 사실도 밝혀냈다.
더군다나 검찰이 지난해 10월 전씨의 괴자금 수사를 처음 시작하게 된 단초에도 오알솔루션즈코리아의 직원이 연루돼 있었다.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1백억원대 괴자금이 재용씨 회사의 직원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 사건이 비화됐던 것. 따라서 검찰이 재용씨와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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