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특별대담을 가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언론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중·동의 강고한 아성에서 중앙일보를 분리시키기 위한 청와대의 첫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의 ‘공격적인’ 대 언론 정책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앙일보>의 대 정부 논조도 비난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우호적인 목소리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런데 이날 <중앙일보>의 인터뷰 머릿제목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는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의 기업 총수 처벌과 관련해 “기업인 처벌 원하지 않아”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중앙>의 보도가 있기 하루 전인 2월15일 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가 있는 기업인을 이번 주부터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총수 가운데서도 구속자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해 재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미묘한 시점에서 대통령의 ‘선처’ 발언이 크게 보도되자 야당에서 정치적 함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와 모 신문 간의 정치적 화해시도”라며 인터뷰 배경에 일침을 가했다. 추미애 의원도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3백27억원이 밝혀졌고, 이건희 회장 조사가 국민의 법 감정인데도 노 대통령은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엄호하고 있다”면서 “면죄부를 주고 성역을 만들고 있다”고 청와대를 비난했다.
<중앙일보> 보도로 파문이 일자 검찰의 동향도 주목거리였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코멘트를 하면서 “삼성의 경우 자수·자복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이 회장의 ‘구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검찰의 총수 처벌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안대희 중수부장은 기업 총수 처벌에 대해 “혐의가 무거운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죄질에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며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A그룹의 한 정보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앙일보>의 뜻이 곧 삼성의 의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번 인터뷰 성사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최근의 데스크 칼럼 등에서 참여정부에 호의적인 논조를 보이는 등 인터뷰 성공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이번 건으로 이건희 회장의 사법 처리는 물 건너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와 법조계 등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 “국민 요구에 정면 도전하는 발언” 등으로 규정하면서 청와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총수의 사법 처리 문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같은 여론의 ‘역풍’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런 비난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모든 칼자루를 검찰이 쥐고 있기 때문에 수사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선 전후의 상황이 지금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당시 기업의 한계도 국민들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중앙일보>의 특별대담으로 파생된 파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향후 ‘운명’에 따라 또 다른 궤적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