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서 지난 2010년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이 최근 매각설에 휩싸여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대우인터 매각설이 투자은행(IB)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5월 16일 이사회 개최 이후 향후 사업구조개편의 방향을 발표할 예정인 포스코가 대우인터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대우인터 매각설이 불거진 것은 포스코가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컨설팅업체가 대우인터 매각을 언급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알려지고 확대재생산된 것.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인터 매각을) 고려해봄직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인 2010년 인수, 포스코 사업다각화의 대표적 사례가 된 대우인터가 고작 4년 만에 다시 매각설에 휘말리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다. 비록 대우인터가 해마다 1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포스코의 인수 가격이 워낙 비쌌던 데다 기회비용까지 합하면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의 대우인터 인수 가격은 3조 3724억 원이다.
270%에 달하는 대우인터의 부채비율은 ‘재무건전성 강화’를 내건 포스코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종합상사로서 200%가량의 부채비율은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포스코 전체 재무구조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렇다고 제조업이 아닌 대우인터가 하루아침에 부채비율을 낮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포스코와 권오준 회장이 재무구조 강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면 매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임 권오준 회장이 회장 취임 일성으로 ‘철강 본연의 역량 강화’를 외친 것도 대우인터 매각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우인터의 주력사업인 자원개발·에너지·무역 부문이 모두 권 회장이 가고자 하는 길과 다르다. 비록 ‘미얀마 가스전 개발·생산’이 13년에 걸친 투자와 노력 끝에 얻은 성과로 평가받고 있지만 포스코가 앞으로 자원개발 쪽에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포스코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한마디로 대우인터는 포스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대우인터를 따로 떼어내 본다면 현재 상황이 나쁘지 않고 미얀마 가스전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돼 미래도 밝은 편이지만 ‘포스코와 함께라면’ 서로 불편하다. 대우인터는 대우인터대로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계륵’, ‘애물단지’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달아야 하며 포스코는 포스코대로 재무구조 악화와 사업다각화의 과욕에 시달리는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신임 회장.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인터 매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지도 않았으며 결정된 것도 없다”면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특정 계열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무리수를 둘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공식 부인에도 증권가에서는 대우인터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미 매각 방법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경영권은 놔두고 지분만 단계적으로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가스전 부문과 상사 부문으로 사업을 분할한 후 각각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손해 볼 것이 빤한 지분 매각보다 아예 다른 계열사와 합병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주당 4만 9100원으로 계산해 3조 3724억 원에 68.2% 지분을 인수했다. 대우인터 주가는 지난 8일 3만 4150원으로 마감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통째로 매각한다면 모를까, 지분 매각으로는 원금도 챙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완전 매각이 유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포함 지분 전체 매각 결정 외에 (어떤 방법이든) 대우인터의 기업 가치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영권 포함, 지분 전체를 매각한다면 국내 및 해외 PEF(사모펀드)에 좋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경영권 포함 지분 전체 매각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덩치가 너무 크다. 3조 원이 넘는 규모를 감당해낼 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가 관건이다. 막대한 시간과 노력, 투자가 필요한 자원개발사업을 욕심내는 기업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백 번 시도해서 한 번 개발해도 성공적이라는 게 자원개발 쪽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중요한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이고 투자해도 실패 확률이 높아 리스크가 너무 큰 사업”이면서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우리나라 기술력과 투자 규모가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사모펀드들이 탐낼 수 있는 완전 매각이 포스코에 가장 득이 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사회 이후 밝혀질 사업구조개편은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사업을 점검하는 차원이어서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특정 계열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발표는 없을 것”이라며 “비핵심자산 정리 등 큰 그림에서 발표가 있을 예정이지만 권 회장 취임 초기와 달리 두 달 정도 경영해본 후에 방향성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각설에 시달리는 대우인터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인터 관계자는 “펀더멘탈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재무구조와 관련돼 나오는 관측이어서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포스코가) 지분을 모두 팔아 경영권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