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로 수출 늘어 “정상화 가능성 반반”…평택 부동산 활용 기대 걸지만 매각 쉽지 않아
KG모빌리티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부도를 냈고, 대우그룹에 편입된 직후인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다. KG모빌리티는 2004년 상하이자동차를 새 주인으로 맞이했지만 2009년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0년 인도 마힌드라에 매각됐다가 또 한 번 재무위기를 겪으면서 KG그룹 계열사로 2022년 편입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G모빌리티는 운이 좋아 흑자를 냈더라도 다시 부실 위기에 빠질 것이란 뿌리 깊은 의심이 있다”며 “실제로 아직 정상화 가능성은 반반인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KG모빌리티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조 85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18억 원으로 7.67%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4억 원에서 151억 원으로 61.09% 증가했다. KG모빌리티는 내수 경기 불황으로 국내 판매량이 지난해 1분기 2만 2819대에서 올해 1분기 1만 2212대로 46.48% 줄었다. 반면 수출은 1만 2174대에서 1만 7114대로 40.58% 증가했다.
KG모빌리티가 매출 1조 원대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수출이 늘어난 덕이라는 평가다. 환율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4% 이상 오른 1328원이었다. 덕분에 KG모빌리티의 평균판매단가(ASP)도 약 11% 올랐다. 환율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수출 실적이 좋게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익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환율 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KG모빌리티의 4월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내수 3663대, 수출 6088대로 총 9751대를 판매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4월 내수 5583대, 수출 4316대로 총 9929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감소했지만 수출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KG모빌리티가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KG모빌리티의 올해 목표 판매량은 14만 7000대고, 목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 5000억 원, 1000억 원이다. KG모빌리티는 올해 1분기 연간 판매대수와 매출 목표를 각각 20%, 18% 달성하는 데 그쳤다.
KG모빌리티 평택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20만 대다. 4월 판매량의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평택공장 가동률은 60%에도 못 미치게 된다. 특히 자동차 시장은 지속적인 신차 출시가 중요한데 KG모빌리티는 상대적으로 신차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G모빌리티 내부적으로는 CKD 계약 물량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CKD란 완성차 생산 능력이 부족한 국가나 기업에 반조립(Complete Knock Down) 상태로 부품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KG모빌리티는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의 현지 자동차 업체와 CKD 파트너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G모빌리티는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동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와 내년 먹거리를 위해서라도 수출시장 개척이 중요하다.
#부동산에 거는 기대?
KG모빌리티에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추가 투자다. KG그룹은 KG모빌리티 인수에 3655억 원, 유상증자에 571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1조 원 넘는 돈을 투자했다. KG그룹이 상당한 지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KG모빌리티로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쌍용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17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55% 늘었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여전히 낮다는 평가다. 당장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3조 9736억 원이었다. 1000억 원대 개발비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심지어 KG모빌리티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83.17%에서 2023년 말 143.41%로 상승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3분기 흑자를 거뒀지만 4분기 적자를 거두면서 부채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KG그룹의 양호한 재무구조 및 지원여력,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KG모빌리티의 신용도에는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반영돼 있다”며 “KG그룹의 주력회사는 냉연강판 제조 및 판매를 영위하는 KG스틸과 전자결제 대행업체인 KG이니시스”라고 설명했다. 즉, KG스틸과 KG이니시스가 KG모빌리티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자동차업과는 관련성이 낮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KG그룹이 직접적으로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평택시 부동산을 기대해볼 수 있다. KG모빌리티는 2021년 평택시와 ‘공장 이전과 부지 개발 사업을 위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KG모빌리티는 평택 현덕지구로의 공장 이전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현덕지구 내 공장부지 가격은 3.3㎡(약 1평)당 300만 원으로 결코 낮지 않다. 현 공장과 같은 사이즈의 부지만 확보한다고 해도 8000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다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면 투자금은 조 단위로 증가할 전망이다.
KG모빌리티로서는 기존 평택시 공장 부지를 매각해도 차익은 최대 9000억 원선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현덕지구 이전을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KG모빌리티가 충청남도, 전라북도 등 타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지만 평택시와 KG모빌리티 모두 평택시 잔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9000억 원 매각 차익도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장 부지는 86만㎡(26만 평)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 이미 공장 주변에는 아파트촌이 입주해 있다. 최근 같은 부동산 경기에서 대규모 아파트 추가 물량 소화를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은 새로 분양사업에 뛰어들 만한 주체가 없다. 평택지역에서 부동산 사업을 전개한 바 있는 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은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올랐고, 부지 매매 가격 또한 매수자와 매각자 간 간극이 크다”며 “KG모빌리티의 기존 공장 매각은 물론, 이전할 신규 공장부지 가격을 놓고도 진통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KG모빌리티 관계자는 “공장 이전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공장 이전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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