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상장 어렵고 상장 후에도 끝 좋지 않아…KG그룹 전폭적 지원 ‘이번에는 다르다’ 전망도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G할리스F&B는 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사실 KG할리스F&B는 수년 전부터 IPO를 추진해왔다. 이종현 KG할리스F&B 대표는 2021년 11월 취임 당시 “중장기적 비전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성공적인 도약과 함께 2024년 말까지 수평·수직적으로 사업 영역을 키워 KG할리스F&B를 상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KG할리스F&B의 기업 가치를 2000억~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KG할리스F&B는 이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KG할리스F&B가 원하는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IPO 작업 재검토도 가능하다. 다만 KG할리스F&B가 목표 기업 가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저평가받는 프랜차이즈 업체
KG할리스F&B의 IPO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부정적 전망의 배경에는 프랜차이즈업계의 불확실한 수익성과 커피전문점의 과다 경쟁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커피전문점 매장수는 2021년 6월 7만 7543곳, 2022년 6월 9만 463곳, 2023년 6월 9만 5915곳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전국 패스트푸드 매장수는 2023년 6월 말 기준 4만 8056곳, 편의점은 5만 3079곳이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와 비교해도 커피전문점이 월등히 많은 셈이다. 이 때문인지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인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도 과거 IPO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한 채 IPO 계획을 철회했고, 이디야도 수년째 IPO 작업에 진전이 없다(관련기사 ‘1호가 되고 싶어’ 투썸플레이스·이디야 상장 앞에 놓인 벽).
더욱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수익성은 대체로 하락세에 있다. 스타벅스 운영법인 SCK컴퍼니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조 2681억 원에서 1조 3899억 원으로 9.60%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5억 원에서 569억 원으로 25.62% 감소했다. 인건비와 원재료가가 상승한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프랜차이즈업계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인지 IPO 시장에서는 대체로 프랜차이즈 업체를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전체로 영역을 넓혀도 IPO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현 DSEN)이나 맘스터치 운영사 해마로푸드서비스(현 맘스터치앤컴퍼니)는 증권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기존 상장사와 합병하는 방식의 우회상장으로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이마저도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지난해 상장폐지됐고, DSEN도 몇 차례 경영 위기를 겪었다. DSEN은 현재는 미스터피자 사업부를 법인으로 분할한 후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F&B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중 유일하게 직상장에 성공한 곳이다. 교촌F&B가 2020년 11월 상장될 당시 공모가는 1만 2300원이었다. 하지만 교촌F&B의 현재 주가는 7000원대에 불과하다. 교촌F&B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263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223억 원으로 15.60% 줄어드는 등 실적도 하락세에 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이상 교촌F&B의 주가 반등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제한은 해제됐지만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수요가 제한되는 분위기”라며 “2020년대 들어 달러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사업은 수출 없이 내수 시장을 공략하지만 원재료는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이 상승하면 프랜차이즈업계에 매우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KG할리스F&B는 다르다?
하지만 KG할리스F&B와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KG할리스F&B는 단순 커피전문점이 아닌 종합 식음료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KG할리스F&B는 지난해 KG프레시(옛 HJF)를 인수해 육계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도 할리스 매장에서 KG프레시의 닭가슴살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KG할리스F&B는 사업 다각화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KG할리스F&B가 2021년 브랜드명을 ‘할리스커피’에서 ‘할리스’로 변경한 것도 사업 다각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KG할리스F&B는 2021년 골프공과 볼마커 등으로 구성된 ‘골프 굿즈’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할리스 레드 벨벳 립’ ‘올웨이즈 포레스트 핸드크림&립밤 세트’ 등 뷰티 상품도 출시했다.
KG그룹은 계열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 할리스 제품을 소개하는 등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덕분에 KG할리스F&B의 실적은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와 달리 상승세에 있다. KG할리스F&B의 별도 기준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64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15억 원으로 11.02% 늘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28억 원에서 39억 원으로 39.29% 증가했다.
KG그룹은 지난 5월 KFC코리아를 매각하면서 외식 사업 철수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KG그룹은 미국 KFC 본사와의 의견 차이 때문에 매각을 결정했을 뿐, 외식 사업 철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KG그룹이 KG할리스F&B를 중심으로 외식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G할리스F&B 이사회는 지난 2월 파주로스팅센터 캡슐커피 생산라인 설비 투자를 결정하는 등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더구나 KG그룹 오너 일가인 곽재선 KG그룹 회장과 그의 장녀 곽혜은 이데일리 전무가 직접 KG할리스F&B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곽재선 회장의 장남 곽정현 KG케미칼 대표는 KG그룹의 화학, 철강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곽혜은 전무는 언론, 외식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KG그룹이 추후 곽정현 대표와 곽혜은 전무 두 사람을 중심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KG그룹의 언론과 외식 사업은 화학·철강 사업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다. 이 때문에 곽 전무가 KG할리스F&B IPO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 사업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G할리스F&B는 지난해에도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KG할리스F&B 관계자는 IPO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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