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반얀트리호텔과 마찬가지로 현대증권 역시 현대그룹 자구안에 의해 매각이 추진 중이다. 게다가 사모사채는 결국 부채로 평가되기 때문에 현대증권 매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18일 현대증권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부그룹 계열 동부팜한농의 사모사채 발행에도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00억 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하려던 동부팜한농이 자체 신용(BBB+)만으로는 투자자 모집을 어려워하자, 현대증권이 나서 사모사채와 전자단기사채(ABSTB)의 주관을 해준 것은 물론 신용공여까지 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현대증권의 신용으로 발행했다고 봐도 된다. 동부팜한농이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차환 실패, 상환 재원이 부족할 경우 현대증권에서 대신 재원을 마련해줘야 한다. 대신 현대증권 입장에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현대증권의 상황은 좀 다르다. 자사의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도 사모사채를 인수하거나 신용공여를 하며 발행을 돕고 있어 보는 이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사모사채 보증을 서거나 인수를 하면 재무에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매각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사모사채 인수의 경우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금 투자 개념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반얀트리호텔도 매각이 이뤄진다면 바로 회수가 가능해 현대증권 매각에도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러한 사모사채 인수·발행과는 별개로 현대증권 매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인수에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우세한 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결국 현대증권을 팔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신용공여를 하는 것도 잠정적 부채를 늘려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켜 팔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에서는 현대증권 매각 철회는 말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미 지난 4월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증권 지분 22.4% 중 14.9%를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자산담보부대출 2000억 원을 우선 지급 받았다”며 “담보가 잡혀 있는 이상 현대증권 매각 철회는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산업은행에서 최근 인수 가능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를 보내 의사를 타진 중이다. 6월 중 본입찰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곳들이 많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