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 사회 전체가 침울해졌다. 청와대까지 나서 경기 활성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 할 만큼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이런 분위기로 더욱 한산해진 유흥업계에 오히려 급증한 손님 층이 바로 정치권 인사들이다. 특히 오는 6월 4일 치러지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용한 술자리를 갖기 위한 정치권 인사들의 만남도 늘어났다. 그렇다고 뉴스에서 얼굴을 접하는 정치인들이 세월호 정국에서 룸살롱을 드나든다는 얘기는 아니다. 역삼동 소재의 한 텐프로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 손님들이 빈번해요.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관, 지방선거 출마자와 그들의 측근 인사들 같은 분들이 조용히 술을 마시러 오곤 하죠. 조용히 술 마시러 왔다며 아예 아가씨를 들여보내지 말라고 부탁하는 룸도 있을 정도예요. 공천도 있고 선거도 있고 하니 그런 술자리가 은근히 늘어나는 셈이죠.”
그렇지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등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우선 그들의 대화 내용은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연예관계자들이 손님으로 와서 누구랑 누가 사귄다거나 누가 막강한 스폰서를 끼고 있다는 등의 얘길 해주면 접대여성들의 눈이 반짝이지만 누가 어느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거나 당선 확률이 얼마나 된다거나 하는 얘긴 전혀 관심이 없는 딴나라 얘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중요하거나 감춰야 할 얘기가 나오는 대목에선 접대여성들을 모두 내보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연예인이 이런 정치권 인사들과 유흥업소를 찾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고 한다. 중견 탤런트 A는 평소에도 정치권 탄탄한 정치권 인맥을 자랑하는 터라 이런 정치권 인사들과의 술자리도 잦은 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조금 평소와 느낌이 다른 술자리였다고 한다. 역삼동 소재의 텐프로 업소 사장의 설명이다.
“그날은 완벽하게 A가 갑이었어요. 예약을 한 것도 정치권 인사였는데 평소에는 A가 예약을 하고 그분들을 모셔왔는데 이번엔 A가 모심을 받았어요. 보니까 이번에 출마한 유력 정치인을 만나서 얘기를 나눈 뒤 그 정치인 측근들이 A를 대접하려 술자리를 갖는 분위기였어요. 아무래도 이번 선거에서 A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자리였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곧 선거운동에 나선 A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실제로 정치권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연예인들이 여럿 된다. 그들의 정치 지향적인 행태가 가장 많이 목격하게 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흥업소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인은 탤런트 B다. 그는 과거에도 몇 차례 대선과정에서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정치적인 행보를 자주 선보인 바 있다. 이런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들과의 인맥이 매우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단골 가게로 알려진 삼성동 소재의 한 유룸살롱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만 보면 B는 소위 말하는 해결사예요. 친화력을 바탕으로 인맥이 매우 탄탄해요.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끼리 뭔가로 틀어질 때 B가 중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어떤 유력 정치인의 측근 인사가 B하고 함께 우리 가게에 와서 그런 고민을 얘기하니까 B가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정치인과 사이가 틀어진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어 ‘형님이 오해 푸세요’라며 넉살 좋게 얘기하더군요. 우리가 보기엔 B도 몇 년 이내에 국회의원에 출마할 거 같아요. 요즘도 보면 연예관계자보단 정치권 인사들을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으니까요.”
유흥업소 관계자들에게 정치권과 연예인의 밀착 관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재미난 정보도 하나 접했다. 바로 유명한 미시 연예인 C다. 요즘 C는 남편을 정치권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아직 C의 남편이 정식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계 입문에 뜻을 세운 뒤부터 C가 적극적으로 정치권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며 남편을 정치인으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들어서는 남편과 함께 다양한 봉사 활동에 나서며 이미지메이킹에 나서기도 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C가 제2의 최명길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배우 최명길은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부인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