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후보는 김문수 지사의 주요 공약이자 최고의 성과로 자부하는 GTX 사업의 계속추진을 약속하고 있다. 수도권 전역을 1시간 교통권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한 GTX는 획기적인 공약이라는 호평과 총사업비만 12조 원을 넘는 등 실현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사업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4월 국회 정론관에서 ‘굿모닝 버스’ 공약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해 일부 구간 추진이 확정된 GTX A선(일산~수서)과 달리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기준인 1을 넘지 못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진 GTX B선(청량리~송도), C선(의정부~금정)에 관해서는 별도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GTX 사업 이외 남 후보의 대표적 교통 공약으로는 경기권역 곳곳에 멀티환승터미널을 만들어 2분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굿모닝 버스’ 도입이 있다. 그러나 ‘굿모닝 버스’는 그 중요도에 비해 단순 개념만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핵심 공약으로서는 아쉬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굿모닝 버스’ 공약 이행을 위해 어느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터미널 부지를 마련할 것인지, 출·퇴근 인파가 모두 앉아서 갈 정도의 막대한 숫자의 버스를 진입시키는 데 대해 서울시에 어떤 방식으로 양해를 구할 것인지 같은 핵심 문제도 빠져 있다. 경기도는 거점 도시들이 경기권 전역에 걸쳐 있는 상황에서, 약 180대 수준의 버스 공급으로 충분한 수송력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또 벽지노선에 도입하겠다는 ‘따복버스’는 기존 마을버스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이외에 부천과 같이 고속도로 신설 사업이 상당한 지역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현 상황을 무시한 채 당국의 고속도로 계획을 그대로 가져와 공약으로 옮겨놓은 부분도 있다.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가 자신의 교통복지 공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표 후보는 GTX 사업을 재검토하고 서울지하철 최우선 확장 및 완행·급행 시스템 도입, 순환형 광역철도 신설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철도 사업 추진 속도를 올리겠다”는 약속과 지하철 급행철도 시스템 도입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내년에 고속철 사업이 끝나면 예산상 여유가 생길 여지가 있지만 해당 국비를 경기도 철도에 투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지난한 예산 투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급행열차 도입 역시 역당 2000억 이상(추정치)의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므로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김 후보의 핵심 공약은 이행할 수 없다.
김 후보의 G1X(서울지하철 2호선과 같은 순환철도망) 공약은 이미 설립된 국가 계획과 기존 구축 선로를 적절히 활용하면 일부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성남~용인~수원은 분당선, 수원~안산은 수인선, 안산~부천~고양은 원시~소사~대곡선 등이 있다.
하지만 고양~의정부 간 교외선은 단선전철화 시도조차 예타에서 여러 번 떨어진 바 있다. 의정부~남양주~하남~성남 간 노선은 마땅한 계획선이 없고 지하로 다니는 분당선과 연결하기도 힘들다. 다시 말해, 경기동부 지역은 서부 지역보다 수요가 적고 경부선과 접속하기 까다로워 국가간선으로 기능하면서 철도망도 확보하는 방식의 사업은 절대 쉽지 않다.
두 후보의 교통 공약에는 교통난 해소를 염원하는 경기도 유권자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러나 부족한 재정을 메울 뾰족한 대책에 관한 언급이 없어 이들 공약의 실행가능성은 대단히 의심스럽다. 중앙정부 재원 조달이나 민간투자 유치를 자신하고 있으나, 이들은 확보를 자신할 수 없는 재원일 뿐이다. 경기도민 스스로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식으로 재원 마련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교통난 해소는 기약 없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경기지사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선거에 나선 모든 이들의 공통된 모습이기도 하다.
정리=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 도움주신 분 : 전현우. 철도 동호인. 서강대에서 분석철학을 전공했다. 여러 매체에 철도 및 교통, 에너지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저서로 『일민시각문화 7: 공원, 한강, 이득영』(공저. 일민문화재단, 2013), 번역서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공역. 살림, 201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