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는 지난 24일 논평에서 “박 후보 부인 강난희 여사는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항간에는 박원순 후보가 부인을 꽁꽁 감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며 의혹을 내비췄기 때문이다.
이에 박원순 후보 측은 “박원순 시장 부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잘못된 일이 아닌 한 정몽준 후보 측이 전혀 관여할 바가 아니다. 박원순 시장 부인은 뒤에서 조용히 돕고 있으니 정몽준 후보 부인과 아들 단속이나 잘하라”고 지적했다.
사진설명=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부인, 강난희 씨
정 후보 측이 의문을 표하고 있는 박 후보의 부인 강 씨, 그는 어떤 사람일까.
강 씨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가 충북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박 후보보다 한 살 적은 57세로 대학시절 국문학·철학을 전공·부전공했다는 정도 뿐이다.
이와관련 박 후보는 강 여사에 대해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독일에서 유학하며 철학을 공부했을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일요신문>은 강난희 씨의 지인 A 씨를 만나 강 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 씨는 강 씨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남편에 대한 조언을 구했던 인사이기도 하다.
A 씨는 2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 씨에 대해 “남편을 굉장히 극진하게 생각하는 아내”라며 “그러면서도 자기 일에 대한 열정도 있는 아줌마”라고 설명했다.
“강 씨가 박원순 후보의 선거 유세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A 씨는 “지금 강 씨가 적극적으로 선거 유세를 도우면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겠나”라고 되물었다.
A 씨는 “강 씨는 자신이 차분해 보이는 전통적인 상의 전업주부 이미지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자기 사업도 했던 여자인데 선거까지 적극적으로 도우면 우리나라 정서 상 얼마나 말이 많이 나오겠나. 더군다나 지난번 선거 때도 자기 사업이 흑백선전에 이용당한 적이 있어서 충격이 컸을 것”이라며 “그런 자신이 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면 주변에서 ‘나댄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남편 하는 일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 씨는 1999년 인테리어 회사인 ‘P&P디자인’을 설립해 운영해오다 지난 해 사업을 정리했다. 2011년 박 후보가 10.26 재보궐 선거 출마했을 때 강 씨의 회사가 박 후보의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와 아름다운 재단을 후원하던 현대모비스 등으로부터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박 후보 측은 “부인은 어엿한 사업가이다. 본인이 사업 수완을 발휘해 공사 수주를 받은 것이지, 박 후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면서 “이익도 박하고 결제 조건도 열악하며 촉박한 일정에 설계변경까지 잦았던 아름다운가게는 다른 디자인 업체들에겐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이 공사는 아름다운가게 실무자들의 강권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떠맡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씨는 “예전에는 여자가 사업하고 활동하는 걸 두고 뭐라 그래서, 결국 가만히 있는 건데…. 이번엔 또 ‘가만히 있는다’고 뭐라 그러는 거 아닌가. 말도 안 되는 논리지. 어떡하라고 그럼”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평소 자신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를 통해 부인 강난희 씨에 대한 부채감이 크다고 밝혀왔다.
박 후보는 부인에 대해 “자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독일에서 철학 공부를 했을 것”이라며 “인테리어 사업으로 나를 대신해 생계를 꾸려왔다”고 전한바 있다. 박 시장이 사회기부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강 씨가 외조를 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박 후보는 앞서 저서에 기재된 유언장을 통해 “변호사 부인이면 그래도 누구나 누렸을 일상의 행복이나 평온 대신 인권 변호사와 시민 운동가로서의 거친 삶을 옆에서 지켜주느라 고되었을 당신에게 무슨 유언을 할 자격이 있겠는가”라며 “그래도 적으나마 수입이 있던 시절, 그 돈으로 집을 사고 조금의 여윳돈이 있던 시절, 내가 다른 가족들이나 이웃, 단체들에게 그 돈을 나누어주는 것을 옆에서 말리기는커녕 당신 또한 묵묵히 동의해 줬다. 당신도 내 낭비벽의 공범이었으니 나만 탓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가 출신인 강 씨가 재정적인 외조를 해왔던 것만큼, 남편이 출세하는 걸 바랄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A 씨는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A 씨는 “강 씨는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을 그냥 잘 했으면 좋겠다’ 이런 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더라고. 보통은 자기 남편이 입신양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남편에게 의존하려 하는데…. 강 씨는 약간 미국스타일인 것 같다”면서 “‘남편은 남편이 원하는 대로 자기 일 잘 했으면 좋겠고, 나도 내 일 잘했으면 좋겠고, 서로 각자의 삶을 멋있게 열심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주의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A 씨는 “무엇보다도 강 씨는 남편을 굉장히 존경하는 여자”라며 “남편이 사회에 헌신하고 기부하고 그렇게 활동하는 것을 존경하더라. 그래서 자신은 남편에게 피해 안 주려고 노력하면서도, 자기 삶은 자기 삶대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한편 박원순 후보는 최근 자신의 아내에게 의혹을 제기한 정몽준 후보 측에 대해 “정몽준 후보 측 대변인은 제 아내의 출국설까지 제기했다. 정치인 가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고통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더 이상 이런 선거판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제 가족을 근거 없는 음해와 흑색선전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시장후보이기에 앞서서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이다. 크게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겠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가족에 관해 정말 말도 안 되는 루머가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늘 이후로 벌어지는 이러한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캠프 내에서 행해지는 금도를 넘는 어떤 행위도 지금부터 중단해야 한다. 네거티브 선거나 거짓말하지 말자. 그것이 서울시장 후보로서 서울시민들에게 갖추어야 할 최소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