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의 행보가 ‘아슬아슬’하다. 사진은 지난 2월27일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있는 추 위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추 위원은 지난달 19일 “탈당 불사”를 천명하며 ‘공천혁명’을 요구하며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가, “대표직 사퇴 불사”로 맞선 조순형 대표의 반격에 사실상 ‘백기(白旗) 투항’한 바 있다. 추 위원은 당무 복귀(2월29일) 이후 차오르는 불만을 애써 누그러뜨리려 하는 광경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이를 두고 평소 추 위원의 직선적이고 불 같은 성정을 잘 아는 당 주변에선 그의 ‘인내심’이 또 언제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를 놓고 예상이 구구하다. 실제 추 위원은 복귀 이후에도 회의에 심심찮게 불참하는가 하면, 노 대통령 탄핵과 선거구 논란 등에서 조 대표 등 당권파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탄핵과 관련해 추 위원은 4일 밤 심야 의원총회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 불참한 추 위원은 “탄핵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한-민 공조’에 대한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이 정권을 만든 한 사람으로 안정을 원하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릴 수 없다”고 말한 후 의총장을 나섰다.
추 위원은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국회 의사당 밖에서 기자들과 맞부닥치자 “아이고 참. 말을 아껴야죠”라며 상황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물러서지 않자 이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인용, “훌륭한 지도자는 적어도 증오하는 사람은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의 민주당 상황이 (대통령을 증오하고) 좀 그렇다. 국회의원으로서 보다 크게 나라를 걱정하는 그런 마음이 있다. 그러한 정도로만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추 위원은 앞서 2일 밤 민주당의 기습적인 선거구 획정 수정안 상정으로 정치관계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서도 ‘할 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위원은 3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는 ‘항의의 표시로’ 불참했고, 선거구 관련 파동에 관련해 유용태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거론된 데 대해서는 “저지른 사람이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했을 뿐이었다.
호사가들은 추 위원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난 2일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 발생한 추 위원과 강운태 사무총장간 ‘점심메뉴 갈등’을 거론한다. 강 총장은 회의에서 “지난해 구제역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를 돕는 차원에서 3월3일이 ‘삼결살 데이’가 됐다. 우리 중앙당도 오늘 거당적으로 지하식당을 빌려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추 위원이 곧장 “돼지고기 값이 요즘 2∼3배 한다는데 닭고기로 바꿔요”라고 쏘아대 시선을 모았다. 추 위원과 강 총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얼마 전 당내 분란에서 대척점에 있던 사이다. 추 위원은 메뉴를 바꾸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아서인지, 심사가 불편해서인지 이날 오찬에 불참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