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때 유흥업계에서 도박 열풍이 불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카지노 바’라고 불리는 유흥업소들이 번성기를 누리던 2000년대 중반이 바로 그 즈음이다. ‘카지노’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불법 도박이 이뤄지는 장소인데, ‘바’라는 단어는 주류를 판매하는 유흥업소를 의미한다. 마치 바처럼 꾸며 놓은 유흥주점이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불법 도박이 벌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카지노처럼 그곳에서 도박을 즐기는 이들에겐 각종 주류와 안주가 무료로 제공됐다. 말만 ‘바’일 뿐 소규모 ‘카지노’였던 셈이다.
그 당시에는 연예인들도 여럿 카지노 바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절엔 카지노 바를 찾은 연예인에게 불법 도박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식의 협박도 빈번했다고 한다. 돈을 잃은 이들이 돈을 많이 딴 연예인에게 은밀히 협박을 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잃었으니 어느 정도는 돌려 달라는 애교 섞인 협박도 있었지만 다소 심한 금액을 요구하는 협박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 해당 카지노 바와 연루된 조폭이 나서 연예인을 협박한 이를 더욱 심하게 협박하고 강압하기도 했다. 그것이 카지노 바의 룰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흥업계를 돌며 연예인이 협박당한 사례를 묻는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도 과거 카지노 바 얘기를 가장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협박을 당해 몰래 거액을 챙겨준 연예인 얘기도 있고, 연예인을 협박하려다 조폭한테 호되게 당한 이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제는 카지노 바의 몰락과 함께 거의 사라진 과거의 일이 됐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지난해 강남 일대 유흥업계를 발칵 뒤집은 몇몇 발레 파킹 기사들의 연예인 협박 사건이다.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발레 파킹 기사들은 연예인 음주운전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일 것이다. 술에 취했음에도 발레 파킹 기사들이 인도하는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귀가하는 연예인을 여럿 목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주거나 매니저 등이 대신 운전하지만 부득이 직접 운전하겠다는 연예인들이 소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고 한다.
“이쪽에서 발레 파킹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소문을 건네 들었어요. 직접 운전을 하려다 오토바이와 작은 접촉 사고를 내고 거액으로 입을 막은 연예인이 몇 명 있다고 해요. 알고 보니 발레 파킹 하는 애가 지인이랑 짜고 벌인 사건이었죠. 걔네들이 그런 일을 몇 번 벌이다 결국 들통이 났어요. 배우 A한테 그런 일을 벌였는데 이상하다고 여긴 A가 해당 술집 사장에게 그날 일을 얘기했고 은밀히 알아보니 그 가게 발레 파킹 하는 애가 친구들이랑 그런 일을 벌인 거죠. 결국 된통 당하고 잘렸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클럽 가에서는 불법 마약류 복용이 가장 큰 문제다. 일부 연예인이 클럽을 찾았다가 지인들이 권하는 신종 마약류를 접했는데 이를 목격한 이들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 챙기는 수법이다. 심지어 팬이라며 접근한 여성이 건넨 담배를 아무 생각 없이 피웠는데 맛이 이상해서 보니 대마초였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하는 수 없이 지갑을 털어주고 돌아온 아이돌 가수도 있었다고 한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연예인이 협박을 받는 사건들의 형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런 협박범들로부터 소속 연예인을 지키기 위한 연예기획사들의 예방책들도 여럿 나와 있을 정도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이사의 설명이다.
“음주 운전을 근절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음주 운전하다 협박받은 사례를 처음 접하는데 꼭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음주 측정에 걸리면 큰일이니까요. 그런 협박 사건을 피하려면 우선 믿을 수 있는 술집에 가는 게 중요하겠죠. 클럽에서 마약류를 접하는 경우도 대부분 술과 분위기에 취해서 벌어지는 일이죠. 아이돌 그룹 소속사에선 유사 사례를 바탕으로 단단히 교육을 시켜요. 행여 가더라도 모르는 이들이 권하는 거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고 늘 강조하죠.”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