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김기춘 국회 법사위원장(가운데) 등이 대통령(노무현) 탄핵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있다. | ||
의안번호 3171번. 2004년3월9일, 유용태·홍사덕 의원 외 1백57명의 의원이 발의한 대통령(노무현)탄핵소추안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을 주문하고, 그 사유를 적시한 부분이 그 하나다. 두 번째 부분은 탄핵소추 사유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자료’다. 탄핵안의 전체 분량은 전체 5백27쪽에 달한다.
그러나 탄핵을 주문하고, 그 사유를 적시한 부분은 전체 5백27쪽 가운데 13쪽에 불과하다. 전체 탄핵소추안의 2.47%만이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인 셈이다. 탄핵안의 97.53%는 탄핵을 추진하게 된 ‘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자료’(참고자료)로, 크게 9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참고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명선거협조요청” 관련 자료가 있고, 둘째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선거법위반행위 조치 요청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회신이 제목 포함 각각 5쪽으로 구성돼 있다. 셋째 제3자의 낙선운동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이 22쪽, 넷째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선거운동 및 헌법파괴적 행위 관련 기사가 31쪽이다. 이어 다섯째 2003년 12월29일 검찰의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이 16쪽, 여섯째 2004년 2월10일부터 12일까지, 2월20일 국회 법사위 청문회 회의록이 3백54쪽으로 전체 탄핵안의 67.2%를 차지하고 있다. 일곱째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 관련 기사가 30쪽, 여덟째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실패 관련 기사가 30쪽에 달한다. 끝으로 2004년 2월11일 <중앙일보>에 보도된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 문건이 13쪽을 구성하고 있다.
앞 장에 제목만을 표시하고 뒷 장은 빈 공란으로 남겨져 있는 쪽도 한 쪽으로 상계, 전체 쪽 수는 내용이 없는 공란 쪽을 포함, 총 5백27쪽에 달하고 있다.
먼저 전반부 탄핵소추 사유를 적시한 13쪽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탄핵안은 탄핵사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법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로는 2004년 2월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인지역 언론사와의 합동기자회견 발언과 2월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 발언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19일 ‘리멤버 1219’ 행사 발언, 2월5일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 발언을 구체적인 이유로 들었다.
이밖에도 <중앙일보>가 보도한 총선전략문건과 1월14일 연두기자회견 발언 등을 국법질서 문란의 이유로 들었다.
둘째로는 대통령과 측근, 참모들의 부정부패를 탄핵 이유로 들었다.이에 대해 2월11일부터 13일까지의 국회 법사위 청문회 증언과 노 캠프 핵심인사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정대철 이상수 이재정 의원의 사례, 최도술 안희정 이광재 양길승 여택수 등 대통령 측근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을 탄핵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10분의 1 발언 등을 들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도덕적·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적시했다.
셋째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경제와 국정을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점을 탄핵의 이유로 들고 있다. 참고자료 네 번째 항목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선거운동 및 헌법파괴적 행위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히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는 물론, <문화일보> 사설 등이 포함돼 있다. 더욱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2004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이 12쪽으로 네 번째 항목 참고자료 총 31쪽의 3분의 1을 넘는다.
이밖에도 <연합뉴스> 등에서 중앙선관위 결정에 대한 대통령 발언은 물론, 자민련 대변인 입장을 보도한 기사까지 포함돼 있다.
또 탄핵사유 참고자료 다섯 번째 항목은 지난해 12월29일 검찰의 수사결과 브리핑 전문을 첨부했고, 전체 탄핵안의 67.2%를 차지하는 여섯번 째 항목 ‘국회 법사위 청문회 회의록’은 지난 2월10일부터 12일까지, 그리고 2월20일 전국에 생중계 됐던 국회 법사위 청문회 회의록을 그대로다.
당시 수십 명의 증인에 대해 나흘 동안 법사위원들이 돌아가며 조사했던 회의록 전체가 탄핵안 참고자료로 첨부돼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시 청문회를 통해 쟁점이 됐거나, 또 새롭게 밝혀진 부분을 발췌해 첨부했을 수도 있을 텐데, 굳이 회의록 전체를 참고자료로 첨부한 것은 탄핵안의 분량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참고자료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 관련 기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실패 관련 기사’ 역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발표 등을 다룬 신문 기사와 <연합뉴스> 기사 등을 인터넷에서 프린트하거나, 신문 1면 등을 복사해 스크랩해 놓은 것들이 전부다. 위 첨부자료는 탄핵 사유를 입증할 자료라기보다는, 탄핵 사유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기사를 스크랩해 첨부해 놓은 셈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온 5백27쪽 탄핵안의 대단원의 막은 2004년 2월 27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 문건과 기사 스크랩이 첨부됨으로써 마무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