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국립 경상대학교(GNU·총장 권순기) 출판부에 근무하는 김종길(43) 씨가 ‘경전선을 타고 느리게, 더 느리게’라는 부제가 붙은 ‘남도여행법’(생각을담는집, 380쪽, 1만 8000원)을 펴냈다.
김종길 씨의 ‘남도여행법’은 이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빨리빨리’와 철저하게 반대편에 서 있다. 가장 느린 기차 경전선을 타고 가장 느린 여행지 남도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찍은 모든 것들을 갈무리해 담았다.
김종길 씨는 인터넷에서는 ‘김천령’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그가 섬과 암자를 답사하여 올리는 여행기는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 여행작가 김종길 씨의 눈에 비친 경전선과 역마을 사람들, 그 주변의 문화유적지들이 궁금하다.
경전선의 역은 모두 60개다. 폐역이 됐거나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을 빼면 34개만 남았다. 김종길 씨는 1년 동안 주말마다 경전선을 탔다. 기차가 서는 역에 내렸다. 창원, 진주, 마산, 광주송정 같은 큰 도시와 진영, 반성, 완사, 진상, 예당, 남평 같은 작은 역에서 내린 그는 자신만의 여행지도를 만들었다. 그를 통해 새로운 ‘남도여행법’이 시작된 것이다.
경전선을 타는 눈길은 잊혀 가는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과 함께한다. 일제강점기 잔재로 남아있는 삼랑진역 철도관사, 진영역에서 찾아가는 노무현 생가와 장방리 갈집, 반성역에서 찾아간 줄 서서 사먹는 오일장 손두부,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다솔사를 찾아가는 다솔사역, 간이역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는 진상역, ‘서시’ 등 윤동주의 유고가 숨겨졌던 집이 있는 옥곡역, 소설 ‘태백산맥’ 기행이 가능한 벌교역, 득량역 문화장터 등.
큰 도시에 내려도 그의 눈길이 머무는 곳은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나 유적지가 아니다. 마산역에서는 어시장 돼지골목에, 진주역에서는 냉면집과 해장국집에, 광주송정역에서는 명창 임방울 선생과 ‘떠나가는 배’로 잘 알려진 시인 박용철 시비에 마음을 빼앗긴다.
같은 길이라도 누가 걷는가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진다. 이미 알려진 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작가가 애정 깊은 시선으로 보고 만든 경전선 여행길 ‘남도여행법’은 모든 게 처음이다. 작가는 이렇게 고백한다.
“애초 정해진 길은 없었다. 삼랑진에서 광주송정까지 300.6km. 이 구간을 답사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 중간중간의 간이역들은 몇 개나 되는지, 가볼 만한 곳은 어떤 곳이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전 구간을 순례한 이도 없었다. 조금 규모가 큰 역 외에는 별다른 여행 코스도 없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 2012년 7월 무더운 여름날, 경전선의 시작점인 삼랑진역을 찾았고 기차를 탔다. 그리고 1년 후인 2013년 6월 1년 만에 경전선의 종착역인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김종길 씨는 또 말한다. “경전선 여행은 좀 더 느린 방식의 여행, 떠나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여행, 일체의 근심걱정을 떨칠 수 있는 여행이다. 한적한 간이역과 기찻길 옆 사람들의 삶이 묻어나는 오일장, 덩그러니 팽개쳐져 있는 이 시대의 문화유적을 보며 스스로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책에는 경전선의 역사, 철도유산, 오일장, 접속노선과 지선들, 기차운행표를 부록에 담고 있어 뒤를 잇는 여행자들의 길잡이 구실을 톡톡히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편, ‘남도여행법’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오는 27일 오후 7시 경전선 신진주역에서 열린다. 김종길 씨는 “진주역은 경전남부선, 진주선 등 경전선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북콘서트가 될 듯하다”며 “다양한 문화행사로 여행하는 즐거움, 책읽는 즐거움, 기차 타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