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와 조 디마지오의 행복했던 한때. 먼로의 지인들은 디마지오와 재결합을 앞둔 먼로의 자살설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케네디 형제가 자신들의 연인이자,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기에 위협적이었던 먼로를 죽였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가설은 ‘자살설’이다. 가장 확고한 증거는 죽기 전에 먼로에겐 네 번의 자살 시도 경험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이 가설이 의심받는 건, 검시 결과가 자살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장에서 캡슐 껍질이 발견되지 않았고, 결장 부분이 변색된 것으로 봐 그녀는 관장을 통해 약물을 체내로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과연 그녀는 스스로 그런 행동을 했던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법의학 관계자들은 회의적이다.
게다가 사건 당일, 그녀는 매우 기분 좋은 상태였다. 이 시기 그녀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고 전남편인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조 디마지오와 재결합할 조짐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토록 갑작스러운 죽음은, 먼로의 지인들이라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수사 과정에서 많은 자료들이 사라지고, 관련자 인터뷰도 선별적으로 증거화되었으며, 그럴수록 그녀의 죽음은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주치의 하이먼 엥겔버그
만약 자살이나 의료 사고가 먼로의 사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결국은 ‘살해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누가 죽였느냐’의 문제. 몇몇 용의자들이 떠오른다. 먼저 미국 사회에 음모론이 생겨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후 세력, 즉 CIA다. 먼로는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법무장관 로버트 케네디 형제의 정부 노릇을 하면서 많은 국가 기밀을 알게 되었고, 그 수위가 너무 높아져 CIA로서는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기밀엔 CIA도 관련되어 있었는데, 먼로는 CIA가 마피아를 이용해 쿠바의 카스트로를 제거하려 했던 계획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실제적으로 CIA가 먼로를 감시한 기록도 있다.
마피아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먼로는 케네디 형제뿐만 아니라 마피아의 보스들과도 은밀하고 깊은 관계였으며, 워싱턴 정가의 일급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녀는 마피아에게 매우 소중한 정보원이었다. 반대로 먼로는 마피아 조직 내부의 기밀들도 상당수 알고 있었다. 이때 케네디 형제들과 먼로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을뿐더러 자신들에게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먼로를 마피아가 제거했다는 것이다. 혹은 로버트 케네디의 마피아 소탕 계획에 대한 경고로서 먼로를 죽였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마피아가 고작 관장약을 통해 암살을 했다는 건 믿기 힘들다.
마릴린 먼로의 유작 영화 스틸컷.
FBI도 빠질 수 없다. 당시 먼로는 정권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직접 법무장관실로 전화를 한 적도 있었고, 법무장관실을 거쳐 대통령과 통화한 적도 있었다. FBI 국장인 J. 에드가 후버가 케네디 정권에 우호적이진 않았지만, 국가주의자였던 후버에게 있어서 여배우 하나 때문에 정권의 기강이 흔들리는 건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먼로는 케네디가 선거 과정에서 숨겨야 했던 많은 비밀들, 특히 범죄 조직의 도움을 받아 시카고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마저 알고 있었다. 후버가 보기엔, 제거 대상이 될 충분한 이유였다. 한편 미국 역사상 최초의 가톨릭 신자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지령을 내렸다는 가설은 지나친 오버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언급될, 하지만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케네디 형제, 특히 로버트 케네디다. 일설에 의하면 마릴린 먼로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재클린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기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녀는 영부인이 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에겐 그럴 의지가 없었다. 그에게 먼로는 섹스 파트너 이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먼로는 깊은 좌절을 느끼고, 대중에게 자신과 대통령 사이의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로버트 케네디는 자신의 가족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거사를 결심했다는 가설이다. 공모자는 크게 네 명으로 추려진다. 먼저 주치의인 닥터 그린슨과 가정부인 유니스 머레이. 그들은 먼로에게 관장을 실시한 장본인일 가능성이 크다. 로버트 케네디의 매제이자 영화배우이며 케네디 형제에게 먼로를 소개해준 피터 로포드도 사건 은폐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홍보 담당자이자 먼로의 친구였던 팻 뉴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먼로는 케네디 형제와 어디까지 간 것일까? 다음 주엔 모든 의혹의 핵심인 ‘먼로 vs 케네디’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