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준이 언론사 사진기자를 향해 ‘손가락욕’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종현 기자
이번 김민준의 돌발 행동을 지켜본 한 연예인은 “도가 지나쳤지만 그 마음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의 행동은 정당화될 순 없지만 언론을 향한 분노를 표출시키고 싶은 마음만큼은 동감한다는 의미다.
이 연예인은 “연일 ‘언론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표현도 썼다. 각종 루머와 TV 속 캡처 사진, 멘트를 부분적으로 가공해 흥미 위주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하지만 “홍보하려고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을 이용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기사 써주면 고마워하지 않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맞지만 싫은 건 싫다”며 말을 끊었다.
티비이데일리 홈페이지 캡처
김민준을 사석에서 만나 본 동료들과 제작 스태프들은 “사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영화 <톱스타>에 함께 출연한 배우의 매니저 역시 “남자답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호감형 배우였다”고 기억했다.
그런 김민준이 유독 언론에 대해 자주 반감을 드러내 구설에 오르곤 했다. 지난 2011년에는 자신을 ‘서브남주’(서브 남자 주연배우)라 칭한 기사를 본 후 자신의 SNS에 “누굴 평가하는 거야? 그 텅 빈 머리로. 아 XX. 한두 시간 지나면 풀리는 성격인데 생각할수록 열 받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2012년 4월에도 역시 자신의 SNS에 “보고 죄다 퍼나르기 바쁜 하이에나들. 컨트롤 V 근성들 쯧쯧쯧”이라며 “기사 쓰라고 트위터하는 거 아니다. 기사 쓸 거면 캡처 말고 사무실로 문의하라”고 기자들을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
김민준의 지적에는 일관성이 있다. 그는 언론이 발로 뛰며 취재를 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은 보호받길 원한다. 개인적 공간인 트위터의 글을 보고 기사 쓰거나 남이 써놓은 기사를 복사해서 재탕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항에서 손가락 욕설을 날린 것 역시 개인적 용무로 공항을 찾은 자신의 사진을 찍지 말라는 의지를 격앙되게 표현한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공인은 아닐지언정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유명인이 그들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노출해야 하는 의무 중 어느 것이 우선일까. 이에 대해 연예인들은 “공적인 행사에 나섰을 때는 사진을 찍어도 좋고 어떤 질문을 던져도 좋지만 개인적 공간에서는 자제해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타를 좇는 대중의 습성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스타의 정형화된 모습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보길 원한다. 때문에 몇몇 파파라치식 보도를 일삼는 언론이 여론의 뭇매와 지지를 동시에 받는 것이다. 연예인의 개인적 사진을 찍어 보도하는 매체의 한 기자는 “대중이 보길 원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며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는 것이다. 엄청난 클릭수와 댓글이 이를 증명한다”며 “대중의 관심을 받길 원하면서 원치 않는 관심은 사절하는 연예인의 자세는 이중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효리
이효리는 수차례 자신의 사생활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언론을 향해 독설을 날린 적이 있다. 결혼 전에는 제주도에 신혼집을 취재하려는 언론을 향해 일침을 가했고, 최근에는 제주도에 놀러왔다가 이효리의 집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우리 집은 관광코스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과거 가족까지 취재 대상으로 삼는 취재진을 향해 “순진한 가족들한테까지 찾아가 카메라 들이대고 사전 아무 승인 없이 내 얘길 묻는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기자들 때문에 오랜만에 화가 나려고 한다”고 SNS에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심지어 그의 정규 4집 앨범에 수록된 <스캔들>은 ‘오늘 아침 기사래. 밥을 먹은 건 딱 한 번뿐인데. 날 찾았대. 그 잘난 입들로 그래 신들 나겠지. 나조차 모르는 X맨 내게 알려줘. 난 답답해 미쳐. 뭘로 증명해, 콕 집어서 말할 순 없지만 네가 아는 것 중에 반은 다 소설인걸’이라는 가사로 담아 언론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 이효리는 언론의 최대 수혜자이자 피해자다.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이후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솔로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패셔니스타로서 그는 항상 언론의 집중관리대상이었다. 동시에 숱한 열애설에 시달렸고 표절 논란 등으로 상처 입었다. 분명 언론은 수없이 이효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언론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효리도 없었을 것이 자명하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스타는 그들의 소식을 전하고 평가해 줄 언론이 필요하고 언론은 기사의 소재가 되는 스타가 필요하다. 결국 상호보완관계다. 당연히 시너지 효과를 낼 때도 있고 잡음도 낼 때도 있다”며 “결국 양측은 각자의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