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최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지난해 7월 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기 착륙 사고의 주원인을 최종 판단한 가운데, 사고 원인을 좀 더 다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NTSB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본부에서 위원회를 열고 사고원인을 최종 정리하는 회의에서 “항공기 하강 과정에서 조종사의 속도에 대한 적절한 관찰 부족, 회항 판단 지연”을 사고 추정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다른 원인으로 “자동 엔진출력 조종장치(오토스로틀)나 자동조종장치의 복잡성, 보잉사의 매뉴얼이나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훈련 과정에 이런 복잡성이 부적절하게 기록됐거나 적용된 점”도 꼽았다.
다음날 아시아나항공 또한 “조종사 과실이 추정원인에 포함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도 거듭 사과드린다”며 “NTSB가 사고 원인에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다는 점을 적절히 인지했다고 본다. 특히 항공기의 오토스로틀과 자동조종시스템 및 저속경보시스템 문제, 항공기 제조사 운영매뉴얼 미흡 등을 복합적으로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조종사 과실과 관련한 부분이 NTSB와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언급되자, 주요 언론에서는 “샌프란시스코 항공의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과실로 최종 결론 났다”고 일제히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고 원인을 무조건 조종사의 과실로만 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종사의 과실이 대표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좀 더 다각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NTSB 조사에서 보잉사의 오토쓰로틀 로직에 문제가 없었는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졌고, 사고 원인이 결정됐다. 하지만 마치 조종사의 잘못만으로 사고가 난 듯하게 기사화가 되고 있어서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는 “조종사 과실이 아니라 인적요인으로 해석하고 항공업계 전반의 문제로 인식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역시 25일 성명서를 내고 “NTSB에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였으나 조사결과 발표에서도 조종사의 문제만을 주요요인으로 언급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인적요인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항공기의 저속경보, 실속방지의 부실을 논의하고도 사고 주요 요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 보잉사가 시스템의 로직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은 인적 요인과 맞먹는 사고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고가 단순한 조종사의 원인이 아니라 인적요인, 항공업계 전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또 다른 사고 방지를 위해 NTSB의 조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