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영희, 김현숙, 이국주.
# ‘앙대요~’ 김영희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 한 명의 개그우먼으로 김영희를 꼽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끝사랑’의 주인공인 그는 연인에게 속마음을 숨기는 여자 마음을 노골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매주 꺼내는 ‘앙대요’라는 말은 이제 남녀노소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됐다. 인기는 인기다.
사실 김영희가 개그우먼이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대에 서고 싶은 꿈은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꿨지만 목표는 금방 이뤄지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간 첫 해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신입생 때 자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기합’을 이기지 못했고, 부당하다고도 생각했다. 당시 대학 1년 선배였던 개그우먼 김신영의 영향도 컸다.
김영희는 지난해 말부터 참여한 KBS 2TV <인간의 조건>에 처음 나서며 대학 자퇴 사실을 처음 고백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김신영이 먼저 참여하고 있던 터였다. 당시 김신영은 “신입생들의 기강을 잡아야 해서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다”고 했고, 김영희는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고 답했다.
자퇴까지 했지만 김영희는 무대를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대학로 극단으로 갔다. 무대의 맛을 본 뒤 경인방송 공채개그맨 1기에 지원해 방송에 데뷔했다. 그렇다고 기회를 잡은 건 아니었다. 당시 경인방송에는 개그 프로그램이 없던 터라 그는 리포터로 생활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시 도전해 MBC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고 <하땅사> 등 개그 프로그램에 잠깐 출연도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제대로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지원한 곳이 2010년 KBS 25기 공채 개그맨 시험이다.
김영희는 연예인을 떠나 여자라면 감추고 싶은 속내도 솔직하게 꺼낸다. 그가 후배 개그맨인 임우일을 3년 동안 짝사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영희가 한 방송에 나와 스스로 고백했기 때문이다. “4번 고백해 모두 거절당했다”고까지 했다. 그에게 여자 팬이 더 많은 이유다.
# ‘의~리’ 이국주
요즘 연예계에 불고 있는 ‘의리’ 열풍의 중심에는 배우 김보성이 있지만 사실 그 인기에 불을 지핀 주인공은 이국주다. 케이블위성채널 tvN의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수상한 가정부’를 통해 만든 분위기다.
이국주가 성공할 수 있던 발판은 욕심부터 내지 않는 진중한 성격이 한몫을 했다. 그는 방송사 개그맨 시험에 응시하기보다 실전 경험부터 닦았다. 개그맨 박준형이 이끌던 갈갈이 극단에 입단해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보수도 거의 없는 단역부터 시작했다. MBC 공채개그맨이 된 뒤에도 편히 생활한 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개그 무대에서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개그콘서트>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처럼 대표적인 개그 프로그램을 보유한 방송사와 달리 MBC는 정통 개그 프로그램 지원에는 인색했다. 이국주가 지상파라는 안정적인 보험을 버리고 tvN으로 자리를 옮긴 건 이런 한계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도 작용했다.
소위 ‘뜬’ 요즘, 이국주는 성형 제의부터 다이어트 협찬까지 다양한 제안들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연예인들보다 조금 더 나가는 체중 탓에 이를 활용해 광고 효과를 노리려는 관련 업체들의 각종 협찬 제의가 쏟아지는 탓이다. 하지만 그는 체중 감량이나 수술을 통해 외모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데뷔 초에는 비호감이란 말을 많이 듣고 상처도 받았지만 외모를 나만의 매력이자 강점으로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감 없이는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인기는 잇단 ‘캐스팅’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국주는 최근 tvN의 연애 토크쇼 <로맨스가 더 필요해>와 요리 프로그램 <셰프를 이겨라> 등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그가 롤모델로 꼽는 이영자와 김신영의 뒤를 이어 개그 프로그램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예능에서 활동하겠다는 포부가 하나씩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 영원한 ‘영애씨’ 김현숙
김현숙은 개그우먼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지닌다. 완벽하지 않지만 매력 있는 자신의 외모를 내세워 연예계에서는 흔하지 않는 나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케이블위성채널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 ‘영애씨’다.
KBS 공채개그맨 출신인 김현숙도 한때 슬럼프를 겪었다. <개그콘서트> 출연 당시 ‘출산드라’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해도 고정된 이미지는 벗기 어려웠다. 오랜 부침을 겪은 뒤 만난 ‘영애씨’는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겼다.
그런 김현숙은 최근 더욱 화제다. 7월 12일 동갑내기 사업가와의 결혼을 발표한 덕분이다. 영원한 ‘싱글’로 살아갈 것 같던 그의 결혼 소식에 팬들은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여자 연예인들이 쉽게 얻기 어려운 지원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