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노령인구에 비해 우리나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전국민 건강보험이 시작되던 1989년도 부과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여 현실성이 부족하다.
건강보험 시행 12년만에 전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이 알려져 2004년부터 11년간 53개국에서 476명이 우리나라 제도를 배우기 위해 다녀갔다는 반가운 뉴스를 본적이 있다. 그러나 정말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잘된 제도인지는 의문이 있다.
정년퇴직하고 노인층으로 편입되는 연령에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은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 정도는 소유를 한다. 직장에 다닐 때는 월급에서 건강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사실 얼마인지도 모를 때가 많고 또 사업주와 반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월급 200만원일 때 본인부담금은 약 6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직장을 퇴직하고 소득도 없이 실업자가 되었는데 지역가입자일 경우 건강보험료는 두 배 이상 더 내야한다. 다행이 자녀가 직장에 다녀서 피부양자로 등재가 가능한 사람은 한푼을 내지 않아도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자녀가 직장도 없이 곤궁한 사람은 보험료를 직장 다닐 때 보다 더 내야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 재산이 더 있어도 무임승차할 수 있다. 형평성에 대단히 어긋나는 일이다.
모순은 또 있다. 직장 다니는 사람이 근로소득외 종합소득이 7200만원을 넘으면 추가로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7190만원은 한 푼을 안내도 된다. 이것이 공정한 부과방식이라고 누가 수긍을 할 수 있을까?
또 피부양자로 등재 가능한 사람중에 연금소득이 연간 4천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역보험료를 내야하는데, 이때 연금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고 재산이나 자동차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담한다. 또 3990만원은 재산이 많아도 피부양자로 등재된다. 이 얼마나 모순인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보험자방식을 취하고 있는 대만은 전민건강보험 초기부터 소득중심의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를 운영하였으며, 2013년부터는 부과체계개혁을 통해 건강보험료 부과소득의 범위를 모든 소득으로 확대하였다.
대만은 ‘동일한 보험가입자에 대하여 동일한 보험료 부담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모든 가입자에게 근로소득에 대한 표준보험료와 그 외 모든 소득에 대한 추가보험료를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만의 사례는 보험가입자 간에 4원화되고 7가지로 난마처럼 얽혀 복잡하고 불형평‧불공정한 우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데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비단 대만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으로 운영하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제적, 보편적 기준으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를 가지고 있다. 꼭 소득중심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합의에 따라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으며, 빠른 시일 내 전면개편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길 기대해본다.
한국경로복지회 회장 변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