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의원 | ||
당내 최고의 논객이라는 유시민 의원은 이번 워크숍에서 ‘만성 시국(時局) 불만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 의원은 워크숍 내내 토론 대신 ‘주입식 강의’가 주류를 이룬 프로그램에 대해 “당선자를 무슨 대학생 취급하는 거냐”며 불만을 나타냈고, 이틀째 날 저녁엔 전원이 참석하는 ‘당선자 친교의 밤’을 ‘보이콧’했다.
유 의원은 정동영 의장, 김근태 대표 등 다른 참석자들이 지하 1층 대연회장에서 가무음곡을 즐기며 스킨십을 갖는 동안 임종석 의원, 몇몇 기자들과 함께 같은 층에 있는 당구대에서 ‘울분’을 삭였다. 노란 손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로 당구를 치는 유 의원 곁엔 김현미 당선자의 모습도 보였다.
유 의원의 불만은 마지막날(28일) 퇴소식에서 폭발했다. 유 의원은 마지막 공식 순서인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국정현안보고가 끝나자 발언권을 요청해 “워크숍을 이대로 끝낼 것인가? 분임토의 빼고는 아무 것도 실질적으로 이뤄진 게 없다. 언론사 취재진을 물리친 채 30분간이라도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유 의원은 다른 참석자들이 “서울에 갔다가 지역구에 가봐야 하는데… 빨리 끝내자”며 반대하자, “서울에 30분 좀 늦게 간다고 무슨 일 있나?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디 있냐?”고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청와대 재직 시절 ‘엽기 수석’이란 애칭으로 불렸던 유인태 당선자의 언행도 화제였다. 유 당선자는 2일차인 27일 오후 진행된 산행에서 목적지인 용소폭포에서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그는 전국의 당선자들이 가져온 막걸리를 합쳐 차례로 마시는 순서에서 일부 초선 당선자들이 술동이째 들이키자 “무식한 놈들이 꼭 깡으로 술을 마셔”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러나 하산길엔 “내가 30년 동안 찾는 단골집이 여기 있다”며 면박줬던 이들의 소매를 끌어 술잔을 함께 기울이는 인간미를 보이기도.
마지막날(28일) 아침 밤새 술을 마신 탓에 푸석해진 얼굴로 식당 근처에 나타난 유 당선자는 ‘엽기 재담(才談)’으로 주위를 또 한번 즐겁게 했다. 그는 “술 마시다가 새벽에 내 방에 들어가 보니 어떤 놈이 내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 아니겠어. 그런데 이 인간이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도무지 깨워도 일어나지를 않아 혼났어”라고 운을 뗐다. 이에 옆에 있던 한 초선 당선자가 “그래서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었더니 유 당선자 왈(曰), “어쩌긴 어째. 그냥 둘이서 껴앉고 잤지 뭐.”
정동영 의장은 27일 산행에 앞서 ‘조교’에게 봉변(?)을 당한 것이 화제가 됐다. 오후 3시께 호텔 주차장에서 인원점검 시간에 빨간 옷을 입은 조교 5명이 나서 군기잡기의 타깃으로 정 의장을 선택했던 것. 조교들은 “진행상 편의를 위해 경칭을 생략하겠다”고 예고한 후 느닷없이, “정동영, 기준!”을 외쳤고, 갑작스러운 호령에 놀란 정 의장은 여당 대표라는 위신은 아랑곳없이 엉겁결에 한 손을 쳐들고 “기준!”을 복창해야만 했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에 현재도 대통령 정치특보를 겸하고 있는 문희상 당선자는 뉴스거리를 찾는 기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중진이었다. 그는 26일 밤 분임토의가 진행중인 시간에 주최측이 기자들을 위해 인근 식당에 마련한 3개 간담회 조(문희상-배기선 조, 임채정-정세균 조, 이해찬-박병석 조) 중 자신의 조에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50여 명의 기자들을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문 당선자는 2시간30여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사이다를 마시며 자신이 가다듬은 리더론을 설파하는 등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리더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뱃심에서 나오는 용장(勇將), 가슴으로 다스리는 덕장(德將), 머리를 쓰는 지장(智將), 그리고 용장·지장·덕장도 못 이긴다는 복을 타고난 복장(福將)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문 당선자의 기준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용장,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지장으로 평가됐는데, 두 전직 대통령의 스타일 차이를 고스톱에 빗대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예를 들어 YS하고 DJ하고 고스톱을 치면 DJ가 계속 조금씩 돈을 따지만, YS는 마지막에 ‘아니다’며 확 뒤집어버릴 수 있는 스타일”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YS가 먼저 대통령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얼마 전까지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을까? 대답은 역시 ‘최고’라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용기와 머리를 함께 쓸 줄 아는 타입이다. 일반인들에 알려지기로 노 대통령이 모험으로 승부하는 ‘용장’으로 인식되는데, 실제 머리를 아주 잘 쓰신다. 여기에 노 대통령은 ‘복장’이기까지 하다. 복장은 그냥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시대정신을 읽는 것이다”고 말했다.
워크숍 첫날 사회를 봤던 이종걸 의원은 당선자들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소개해 인기를 모았다.
“민주당의 ‘양태’는 강운태-유용태, 열린우리당엔 김근태-유인태,” “씨름꾼 돼 가는 이호웅(이 의원은 현재 씨름협회장이다)” 등의 방식이다. 이에 질세라 김근태 대표도 당선자의 성(姓)을 소재로 한마디 가세했다.
그는 이번 당선자 중 우원식(서울 노원을)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우제항(경기 평택갑) 우제창(경기 용인갑) 등 우씨가 4명이나 되는 점을 빗대 “당선자 가운데 우씨가 많아 헷갈린다. 당 이름이 ‘우리당’이라서 우씨가 많은 모양”이라고 조크했다.
워크숍 장소 선정과 관련한 이광재 당선자의 언급이 재미있다. 노무현 정권 출범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실세 중의 실세’라 불렸던 이 당선자. 그에게 누가 “이왕 강원도에서 행사를 하려면 지역구(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좋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당선자는 “에이, 그러면 욕 들어먹지. 용평 같은 데서 하면 좋기야 좋지. 그런데 용평은 바깥 나들이가 쉬워서 출입 통제에 문제가 있어”라며 껄껄 웃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