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쿠팡이 먼저 칼을 뺐다. 쿠팡은 당대 최고 스타 전지현, 송중기를 내세워 TV 광고를 때렸다. 10월엔 위메프도 동참했다. 위메프는 <꽃보다 할배> 등으로 인기를 끈 이서진, 이승기를 기용한 ‘싸다’ 콘셉트의 코믹 광고를 TV에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지난해 말 티몬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수지와 6개월 계약을 맺고 ‘수지맞다’라는 콘셉트의 광고를 내보냈다.
휴전 중이던 2012년과 다시 광고전에 돌입한 2013년의 마케팅 지출 차이는 상당하다. 티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광고비는 161억여 원, 판촉비는 22억여 원이었다. 2013년 티몬의 광고비는 172억여 원, 판촉비는 46억여 원으로 늘었다. 광고비는 6%가 증가했고, 판촉비는 209%가 증가했다. 위메프 감사보고서를 보면 광고비와 판촉비가 극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2012년 위메프의 광고비는 37억여 원, 판촉비는 4억 700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위메프는 광고비로 286억여 원, 판촉비는 342억여 원까지 오르며 1년 만에 광고비가 772%, 판촉비가 7276% 뛴 것이다.
TV 광고로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비를 집행한 소셜커머스 3사는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소셜커머스 3사가 휴전에 돌입한 까닭은 각사마다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티몬은 ‘실탄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이유로 티몬의 모기업인 그루폰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 2011년 리빙소셜에 팔렸던 티몬은 지난해 11월 다시 세계적 소셜커머스 회사인 그루폰에 재매각됐다. 지난 8월 5일 발표한 그루폰의 실적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760만 달러(약 78억 원) 손실에서 2290만 달러(약 236억 원) 손실로 손실액이 약 30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모기업인 그루폰의 자금난이 티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티몬 관계자는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그루폰의 손실을 단신으로 처리해서 그렇게 알려졌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굵직한 회사들을 인수한 장부상 손실임을 제대로 발표했다”며 “그루폰이 처음 약속한 티몬에 대한 지원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지난해 5월을 마지막으로 TV 광고가 없었다. 이를 두고 쿠팡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상장에 알맞은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규모를 갖추기 위해 마케팅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쿠팡 관계자는 “TV 광고는 많은 사람을 두고 단기간에 전달할 메시지가 있을 때 한다”며 “고급화 이미지 구축 같은 강력한 메시지 전달을 하고 싶을 때 TV 광고를 했고, 앞으로도 전달할 메시지가 있을 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메프는 순방문자수 업계 1위를 만들기 위해 과도한 광고비 집행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가 매달 방문자수 1위 보도자료를 내보내는데, 이는 광고비를 쓰면서 주요 포털 메인 배너만 걸면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위메프 관계자는 “연초부터 광고는 끊고 그 돈으로 무료 반품 등으로 고객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마케팅 기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마다의 사정으로 중단된 소셜커머스발 TV 광고 대전이 곧 재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포문은 위메프가 열 전망이다. 박유진 위메프 홍보실장은 “TV 광고를 포함한 대대적인 마케팅 준비가 90% 완료됐다”며 “지난해 마케팅 공세를 통해 소셜커머스 순방문자수 1위를 차지한 것처럼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통해 온라인쇼핑 업체 전체 1위를 노린다”고 전했다.
위메프의 ‘도발’에 티몬과 쿠팡은 일단은 관망세다. 두 업체는 모두 “(위메프 마케팅 계획과 상관없이) 당분간 TV 광고를 할 계획이 없다”며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거나, 할 때가 오면 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삼인삼색 CEO 위메프 손뗀 허민, 미국서 투수로 활동중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소셜커머스 3사,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쿠팡·티켓몬스터(티몬)의 CEO(최고경영자)는 각기 색깔이 다르다. 신현성 티몬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부 출신이다. 신 대표가 이끄는 티몬은 지난 2011년 8월 리빙소셜에 팔렸다가 지난해 11월 그루폰에 재매각되며 ‘먹튀 논란’이 일었다. 티몬 관계자는 “신 대표의 위치는 (리빙소셜로 매각될 때나 그루폰으로 재매각될 때나) 전혀 변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가 리빙소셜과 그루폰에 티몬을 매각한 이유도 돈보다는 티몬에 든든한 투자를 통한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 대표는 최근 창업, 투자 전문가들이 예비 창업자들을 돕는 프로그램인 KBS1 <천지창조>에 멘토로 출연하기도 했다. 위메프의 모그룹인 원더홀딩스 허민 대표는 미국에서 투수로 활동 중이다. 최근엔 그가 구단주로 있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허민 대표는 위메프 전권을 박은상 위메프 대표에게 넘긴 상태다. 박은상 대표는 대외 활동보다는 경영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 출신 쿠팡 김범석 대표는 지난 6월 미국 대표 벤처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에서 1020억 원을 투자 받으며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을 쿠팡 마니아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직원들에게 ‘고객만족’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관계자는 “김 대표가 쿠팡 설립 초기 기업 공개에 대한 포부를 드러낸 것 때문에 쿠팡이 IPO가 목표인 회사처럼 비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