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5년 만에 선보인 걸그룹 레드벨벳(왼쪽)이 지난해 엑소 열풍을 잇고 있다. JYP의 7인조 보이그룹 갓세븐은 무술을 하는 듯한 고난도 댄스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SM·JYP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JYP다. 원더걸스가 사실상 활동 재개가 어렵고, 2PM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던 JYP의 신무기는 7인조 보이그룹 갓세븐이다. 2PM 이후 JYP에서 무려 6년 만에 나온 신인 보이그룹이라 관심은 대단했다.
2PM이 데뷔 초기 ‘아크로바틱 그룹’을 표방하며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면 갓세븐은 ‘마셜 아츠 트리킹’을 장착했다. 마치 무술을 하는 듯한 고난도 동작과 춤을 접목시켜 무대를 장악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팬덤을 구축한 갓세븐은 지난 6월 발표한 ‘에이’로 음원차트 정상을 밟으며 향후 전망을 밝혔다.
빅3 중 신인 발굴이 가장 더디다는 평가를 받던 YG 역시 바삐 움직인 끝에 위너를 데뷔시켰다. SBS <K팝스타>와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출신인 이승훈과 강승윤이 포함된 5인조 그룹 위너는 YG가 빅뱅 이후 무려 9년 만에 내놓는 보이그룹이다.
연습생으로 데뷔를 준비하는 기간이 길고 멤버 선발 과정이 지난하기로 유명한 YG의 신인 그룹은 달랐다. 케이블채널을 통해 두 팀으로 나눠 공개적으로 경쟁을 시키고, 당초 예정됐던 데뷔시기를 10개월이나 늦추며 어렵게 데뷔곡 ‘공허해’를 발표한 위너는 ‘위너(winner)’라는 이름답게 가요계를 집어삼켰다.
JYP와 YG가 보이그룹을 택한 반면 SM은 4인조 걸그룹 레드벨벳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엑소가 ‘으르렁’으로 최정상급 아이돌로 발돋움하며 한시름 높은 SM은 걸그룹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최근 SM 내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올해 초 발표한 소녀시대의 신곡에 대한 반응이 예전만 하지 못했다. 이미 자리를 잡고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한 에프엑스는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맞았다. 멤버 설리가 열애설로 곤욕을 치른 데다 각종 루머가 난무하자 당분간 활동을 중단할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SM이 새롭게 내놓은 레드벨벳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다행히 에프엑스 이후 SM이 5년 만에 공개한 레드벨벳의 데뷔곡 ‘행복’은 발표하자마자 유수의 음원 차트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각 멤버들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했다. SM은 이들을 무분별하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인지도를 쌓기보다는 음악 활동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반잡기에 돌입했다.
빅3는 내수를 다지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발 빠르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차세대 한류 스타로 키워갈 준비에 한창이다.
위너는 일본 시장을 정조준했다. 여전히 ‘공허해’로 국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0일 일본에서 발표한 데뷔앨범이 발매 당일 3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오리콘차트 앨범 일간차트 2위를 기록했다. 11일 오후에는 도쿄 Zepp 도쿄에서 진행된 위너의 첫 번째 단독콘서트 투어 <위너 퍼스트 재팬 투어 2014>(WINNER 1st JAPAN TOUR 2014)가 열렸다.
YG의 위너는 데뷔하자마자 각종 음원사이트를 장악했다. 사진제공=YG
위너가 일본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배경에는 빅뱅이 있다. 일본 정부의 우경화 정책과 엔저로 일본 내 한류가 식었다고 하지만 빅뱅의 위세는 여전하다. 그런 상황에서 빅뱅이 속한 YG에서 새롭게 내놓은 신인그룹은 일본 팬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YG와 달리 SM은 중국 시장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보아를 시작으로 기획형 한류 1세대라 할 수 있는 SM은 중국을 새로운 타깃으로 정했다. 데뷔 때부터 엑소K와 엑소M으로 나뉘어 있던 엑소는 중국인 멤버들을 앞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엑소는 중국과 홍콩 등에서 잇따라 콘서트를 열며 그동안 슈퍼주니어가 누리던 중국 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인 멤버 크리스탈이 속한 에프엑스와 레드벨벳 역시 중국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할 전망이다.
갓세븐의 첫 공략지는 일본이다. 이는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2PM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갓세븐은 지난 4월 이미 일본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게다가 갓세븐의 멤버 중 한 명인 뱀뱀은 태국 출신이라 그를 필두로 동남아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역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동방신기가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가요계 빅3 역시 변화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며 “빅3 외에도 탄탄한 자본력과 육성 시스템을 갖춘 타 기획사들의 신인들이 쏟아지는 만큼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울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