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A 씨는 매주 남편 B 씨와 손잡고 교회에 나가며 봉사활동도 자주하는 신앙심 충만한 결혼생활을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끔찍했다. B 씨에게는 신앙생활보다 더 중요한 취미가 있었다. 컴퓨터 게임과 성인용 동영상(일명 ‘야동’) 감상이 그것. B 씨는 아내가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몰래 야동을 즐겼지만 얼마 가지 않아 들통 나고 말았다. 게다가 B 씨는 경제적인 부분에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 부부싸움의 원인이 됐다.
평탄하지 않은 결혼생활은 B 씨의 의처증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B 씨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만난다고 의심하며 A 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수시로 확인하는 등 계속해서 갈등을 일으켰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A 씨는 나빠진 부부사이를 회복하기 위해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A 씨는 2012년 4월 집을 나와 별거를 택했다. 잔소리하던 아내가 언니 집으로 가자 남편은 걱정은커녕 평소 알던 지인을 집에 데려와 같이 사는 등 오히려 자유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이러한 남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실망한 A 씨는 결국 두 달 뒤 이혼소송을 냈다.
그런데 소송과정에서 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 A 씨는 주변사람들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됐다. 자신과 남편의 성관계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돈다는 것. 촬영사실조차 몰랐던 A 씨는 범인이 남편임을 확신하고 형사고소까지 했다. B 씨는 ‘캠코더를 지인에게 빌려준 적이 있다’ ‘컴퓨터 수리를 맡긴 적이 있다’며 횡설수설하더니 경찰 조사에서는 “내가 찍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네 얼굴은 안 나오지 않았냐”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검찰은 A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유출된 동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아 등장하는 남녀가 누구인지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B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결과에 불복해 항고까지 하면서 이들의 부부관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은 법원으로부터 이혼판결을 받으며 끝이 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정용신 판사는 “부인이 기대하는 독실한 종교인 생활에 어긋나는 남편의 지나친 성인용 동영상 시청과 부부의 성관계 동영상 촬영 및 유포를 둘러싼 다툼 등으로 인해 혼인관계가 더 이상 관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며 “A 씨와 B 씨는 이혼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교회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성스러운 결혼생활은 야동으로 인해 끝내 이혼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고 말았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야동에 중독된 남편들 밤이면 “먼저 자라”…아내들 부글부글 남편의 음란물(야동) 중독에 속으로 끙끙 앓다 병원을 찾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터진다는 신혼생활이지만 독수공방 신세를 면치 못하는 30대 여성 C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결혼 전에도 남편이 야동을 보며 성욕을 해결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미혼 남성이니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게 남편은 C 씨가 잠든 후 야동을 보며 성욕을 채웠다. 몰래 그 모습을 본 C 씨는 상처를 받아 결국 병원을 찾게 됐다. 자신이 남편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던 C 씨는 병원의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편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고 의사의 도움으로 부부 상담치료를 받았다. 보통 야동 중독은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의 사례처럼 적지 않은 기혼남성들도 야동 중독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일요신문>이 기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체의 81.2%가 자위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절반 이상의 남성은 현재까지도 자위를 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야동의 도움을 받으며 성욕을 해결했다. 물론 야동을 자주 본다고 해서 모두 중독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야동에 한 번 흥미를 느끼면 점점 자극적인 것들을 찾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결국 정상적인 성관계에서는 불감증이 생겨 흥미를 잃는 지경에 이르러 결혼생활이 파탄 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강도 높은 자극을 얻기 위해 배우자에게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야동 중독은 본인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가족의 눈을 피해 늦은 밤 어두운 방에서 야동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수면부족과 만성 피로는 물론이고 시력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혹 관음증이나 노출증 등 정신적인 질병으로까지 이어져 성범죄자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중독에 이르기 전에 자각으로 야동 시청을 끊으면 제일 좋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해결이 어려울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최근에는 무료로 음란물 중독 상담 및 치료를 해주는 곳들도 생겨났으며 모습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이들을 위해 전화상담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사장 이윤수 박사는 “미혼남녀가 야동을 보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기혼자는 사정이 다르다. 스스로 극복이 안 될 경우 상담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야동이나 자위로 성욕을 해결하기보다는 배우자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만족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