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영이 수익 배분 등의 문제로 소속사를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하루 만에 극적 타결을 맺어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사진은 제국의아이들 리더 문준영과 소속사 스타제국 전경.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문준영은 “그룹 멤버들 모두의 생각”이란 점을 강조하며 “소속사와 그룹의 수익 배분 비율은 7 대 3”이라고 알렸다. 100만 원을 벌면 소속사가 70만 원을 가져가고 나머지 30만 원을 9명이 나눠 갖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제국의아이들은 멤버 수가 많다보니 각자 나누는 수익금은 적을 수밖에 없다.
논란이 촉발되고 하루 뒤 소속사 스타제국은 “서로 쌓인 오해를 대화로 풀었다”며 “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수익 배분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수익 배분 비율은 ‘7(소속사) 대 3(제국의아이들)’이 아닌 ‘6 대 4’라고 해명했다.
그룹과 소속사 간 갈등을 일단락됐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연예계 안팎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수익 배분에 대한 여러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연예계의 시선은 거의 비슷하다. ‘언젠가 터질 문제였다’는 우려와 함께 ‘앞으로 언제든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제국의아이들은 2010년 데뷔한 9인조 남성그룹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거의 매년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투어콘서트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류 콘서트의 규모를 감안할 때 상당한 금액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수익을 나누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
현재 거의 모든 연예기획사는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내놓은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권고안을 따르고 있다. 공정위가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뒤 권고안을 내놓은 배경은 당시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탈퇴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당시 수익 배분 문제를 포함한 이른바 ‘노예계약’ 논란이 촉발됐고, 공정위는 곧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각 기획사에 권고했다. 대부분 이를 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 배분이나 전속계약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법적인 분쟁을 벌이는 연예인과 소속사는 많다. 실제로 얼마 전 그룹을 탈퇴하고 독자활동에 나선 엑소의 크리스 역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수익 배분에 불만을 드러냈다.
제국의아이들.
갈등의 원인은 수익 배분에 있어서 소속사와 해당 스타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스타의 경우 자신이 벌어들인 순수한 수입을 기준으로 배분 비율을 생각하기 쉽지만, 소속사는 활동에 필요한 제반 경비는 물론 앞으로 투입될 마케팅비용 등 예상비용 등을 총망라해 수익을 나눈다.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준영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문준영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밴드 시나위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은 “아이돌 그룹은 불평등한 계약이 많다”고 거들었다. 그는 “7 대 3의 비율은 비교적 좋은 조건이다. 8 대 2나, 9 대 1도 많다. 아이돌 그룹 하나를 키우는 데 보통 6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혹은 그 이상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2의 문준영 사태’는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꼬집었다.
소속사 대 그룹 간 수익 배분도 논란을 야기하지만 그룹 내 멤버 간의 소득 격차는 이런 갈등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제국의아이들의 경우 9명의 멤버 가운데 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는 박형식이나 임시완,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광희 등 3~4명을 제외하곤 솔로 활동 기회를 자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별 활동에 따른 수익이 때로는 그룹으로 벌어들이는 금액보다 높을 때도 있다.
연예계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짧은 ‘수명’이 수익 논란을 야기하는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평균 4~5년 동안의 연습 시기를 보내고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보통 5년에서 길어야 7~8년 동안 활동하고 그 생명력을 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준비 기간 들어간 수억 원대의 ‘투자비용’을 빨리 회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수익 배분 구조를 ‘투자자’ 측의 입장에서 정리할 수밖에 없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소속사도 그렇지만 아이돌 가수 입장에서도 그룹의 짧은 수명을 인지하고 각자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개별 활동에 더욱 열을 올린다”며 “하지만 활동 기회가 모든 멤버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멤버 간 소득 격차는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