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초등학교 ‘감동의 운동회’
용인시에 위치한 제일초등학교 홍정표 교장은 “사진을 본 사람들이 애들에게 피자를 사주겠다며 전화를 걸어왔어요. 연예인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였으니까요.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보니 아이들도 자신들이 큰 칭찬을 받고 있다는 건 압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왜 자신들을 칭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어른들의 난리법석에 아이들은 “왜 그래요. 우리가 못할 일을 했나요”라며 조심스럽게 물어봤다고 한다. 자신들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사방에서 “장하다” “예쁘다” “자랑스럽다” 등 온갖 칭찬이 쏟아지니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도 혹 아이들이 자만심을 갖게 될까 “너희를 응원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더 착하게 살라”며 다독거릴 뿐 평소와 다름없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홍정표 교장은 내내 ‘당연한 일’이라며 겸손해했지만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사실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요. 우리 아이들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친구관계를 무엇보다 중요시합니다. 수년 전 자폐를 앓던 친구를 진심으로 대해준 아이들과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학교에서는 왕따가 됐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늘 친구로 함께 했어요. 덕분에 그 학생은 창의력 부분에서 놀라운 천재성을 발견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떠났습니다. 제 입장에선 이런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변치 말고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이처럼 감동의 주인공들은 끝까지 따뜻함을 선물해줬지만 문제는 어른들이었다. 사진이 유명세를 얻자 일부 마음이 삐뚤어진 사람들이 김기국 군의 체형을 지적하며 “관리나 하라”는 등의 악성댓글을 올려댔다.
이에 기국 군의 가족들이 나서 해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국 군의 둘째누나인 빛나 양은 “동생이 키는 작지만 먹성은 일반 초등학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운동도 좋아하지만 많이 못할 뿐입니다. 동생에게 널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만 너무 상처가 될 만한 글이 많아 조심스럽습니다”며 자제를 부탁했다.
그러면서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모든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남들과 다른 동생의 모습을 인정하고 배려해준 덕에 6년 동안 큰 사고 없이 밝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몸이 불편한 분들을 잘못된 시선으로 보는 것보다 다르다는 것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기국이 뿐만 아니라 신체가 불편한 다른 사람들 에게도 따뜻한 응원과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