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회장의 아내 김은진 씨가 지난달 30일 별세했지만 이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괜한 루머가 돌았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수만 회장은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입을 모았다. 1972년 가수로 데뷔한 이수만 회장은 1989년 SM기획을 설립한 이후로는 철저히 무대 뒤에서 움직였다. SM과 3대 기획사로 분류되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가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스스로 스타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이수만 회장은 본인이 화제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은 만큼 가족들의 일상이 노출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 이수만 회장과 아내 김은진 씨는 SM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포크가수로 인기를 끌던 이수만 회장은 1981년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UCLA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곳에서 미국 시민권자였던 아내를 만났다. 두 사람은 1984년 결혼했고 이듬해 귀국했다.
이후 준비기간을 거친 이수만 회장은 1989년 SM기획을 만들며 연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로 발전시켰다. 이수만 회장의 수입이 많지 않았던 이 기간 그의 곁을 지키며 독려한 이가 바로 아내 김은진 씨다. 게다가 이수만 회장과 같은 학교에서 컴퓨터그래픽과 비디오를 전공했던 김 씨는 초기 SM의 방향성을 잡는 데 많은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은진 씨가 SM의 숨은 실력자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중요한 건 한 번도 수면 위로 올라온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수만 회장의 뒤에서 완벽하게 내조하며 SM의 오늘을 만든 일등공신 중 한 명이었다.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 아내의 성정을 잘 알고 있던 이수만 회장 역시 항상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에 아내의 이야기가 거론된 적은 거의 없었다.
SM은 “발병 직후부터 임종 직전까지 이수만 프로듀서는 매일 밤낮으로 병상을 지키며 극진히 간호해 왔다”고 밝혔다. 이후 이 회장이 아내가 사망 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에도 알리지 않고 가족들만 모인 상황 속에서 조용히 장례를 마쳤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수만 회장이 2011년 구입한 LA 대저택. 채널A 방송 캡처.
김은진 씨의 사망 소식은 이수만 회장이 시달렸던 또 다른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수만 회장은 지난 2011년 미국 LA 인근에 30억 원대 저택을 구매했다. 당시 미국 <선데이저널>은 “이수만 회장이 베벌리힐스 인근 사립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 오래전부터 부인과 함께 웨스트 LA의 한 콘도에서 렌트 생활하며 LA 정착을 준비해오다 이 저택을 매입했다”며 “LA 정착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지난 3월 SM이 역외 탈세 의혹에 시달리며 이 저택이 그 증거로 지목되기도 했다. 결국 역외 탈세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법인세를 추가 납부하는 것으로 사건은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아내의 사망 소식 이후 이수만 회장이 아내를 위해 이 저택을 구입했던 것이라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아내에게 미국은 한국보다 오히려 더 생활하기 편한 곳이었다. 게다가 자녀들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터라 몸이 좋지 않은 아내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기 더 없이 좋은 장소였다.
이수만 회장이 아내의 사망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개인적인 일로 회사의 이름이 또 다시 언론에 거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주장도 신빙성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SM은 소속 스타들의 각종 열애설에 이어 소녀시대의 멤버 제시카의 탈퇴 소식까지 겹치며 악재가 겹쳤다. 이와 함께 지난 2개월간 40% 가까이 상승 곡선을 그리던 SM의 주가 역시 하향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가족의 조사를 알릴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제시카 웨이보 캡처.
이날 제시카가 론칭한 선글라스 브랜드 블랑의 홍보대행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첫 프리미어 콜렉션을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 단계 더한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위해 에클레어(ECLARE)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시카의 탈퇴와 관련해 SM엔터테인먼트가 비판을 받고 수장의 가족이 별세하며 애도를 표하는 속에서도 제시카는 꿋꿋이 사업 확장에 힘쓰는 모습이 좋지 않게 비쳐졌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제시카의 사업은 소녀시대에 균열을 만든 직접적 요인이자 SM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대중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시카의 홍보자료는 이수만 회장의 비보와 맞물려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만했다”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