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이종현 기자
“국회가 기업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회사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감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거래업체의 내부 정보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경쟁사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정보인 데다 우리 회사 게 아니기에 공식적으로 그런 자료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당당하게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결국 없는 자료를 취합하고 만들어 내야할 정도다.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정보 유출이다. 국회에 제출하면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 길이 없고, 경쟁사에 자료가 넘어갈 수 있다.”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국회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보복식 불이익이 따른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가장 흔한 보복은 자료폭탄 방식인데 자료 요구를 예전 것까지 다 모아서 많은 양을 요구한다. 정부부처를 통해 자료 요구를 하기도 하는데 부처에 이미 있는 자료도 우리에게 다시 달라고 한다”며 “그런 방식으로 못살게 군다. 지난해에는 한 새누리당 초선의원이 자료폭탄 보복을 해 애를 먹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국감 자료 요구 문제 등으로 인해 의원실과 사이가 틀어지면 다른 보복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토로한다. 한 통신업체 대관업무 직원도 “정책적인 면으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해당 기업과 관련된 부분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기밀 자료들을 내놓으면 국회에서 자료는 100% 유출된다고 봐야한다. 기업들은 경쟁사끼리 기밀 정보를 얻으러 다니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기업이 자료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기업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실제 국회에서 자료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한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07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이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 고해상도 카메라 입찰 정보를 러시아 업체 대리인인 이 아무개 씨에게 유출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좌관은 “받은 자료는 국감이 끝난 뒤 폐기 처분하지만 처분하지 않고 가지고 있기도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경쟁사에게 자료를 넘겨주거나 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업들이 중요한 정보들은 주지 않기에 기밀 자료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이 자료를 제공해야 할 강제성이 없다보니 보좌진은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볼모’ 작업을 펼치기도 한다. 앞서의 유통업체 대관업무 직원은 “기업 대관업무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은 회장을 증인에서 빼내는 것이다. 회장에게 정확한 문제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해명 시간을 주지 않고 보여주기 식으로 세워두는 경우가 더 많다”며 “이를 알고 있는 보좌진들은 일부러 회장을 증인신청하고 빼주는 대신 민감한 자료를 달라고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료 요구와 증인 신청 등으로 은근히 후원금이나 사회공헌금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 비서관은 “국감 의도보다는 과도한 자료요구나 증인신청을 해두고 후원금 등을 바라는 의원실도 있다. 직접적으로 말은 않지만 그쯤 되면 기업 측에서 알아서 해준다”면서 “요즘에는 IT 산업의 성장으로 신생 기업들이 많이 생겨 국회에서 일부러 증인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관행적으로 돈을 요구하려고 했는데 회사 사장들이 젊다보니 직접 국감장에 나와 버린다. 그러면 애초 질문할 것이 없었으니 사장은 멍하니 앉아있다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의원 보좌진들은 국회가 기업에 보복하는 것은 일부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의 보좌관은 “국회가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자료는 거의 못 받을 정도다. 만약 기업들이 불안해하거나 후원금을 주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본인들이 찔리는 구석이 있어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결국 서로 못 믿는 것이 문제다. 나부터도 기업 대관업무 직원들이 오면 모두 기업 이익을 위해 하는 얘기니 잘 못 믿겠더라. 기업 측도 정보가 유출될 것을 의심하니 그것이 문제인 듯싶다”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